“하하∼, 호호∼, 히히히.”
전화선을 타고 들려오는 그의 수상 소감은 말 반, 웃음 반이었다.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에서 활동하는 소라미(34) 변호사는 11월7일 밤 서울 이화여대 포스코관에서 ‘진짜 자랑스러운 이화인상’을 받은 뒤 “(수상 사실을 기사로) 안 냈으면 좋겠는데…”라면서도 기자의 질문에 순순히 자백을 늘어놓았다. 소 변호사는 이 학교 학생들이 주축이 된 ‘진짜 자랑스러운 이화인상’ 추진본부가 지난 11월2일부터 이틀 동안 재학생과 졸업생 2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오프라인 투표에서 166표(72.8%)를 얻어 전효숙 전 헌법재판관(43표) 등을 가뿐히 제치고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그는 “취업이나 시험 때문에 각박해졌다고 하지만, 동문들이 ‘공감’이라는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에 주목해줘 기뻤다”며 또 웃었다. 이 학교 영문과 92학번인 소 변호사는 2002년 43회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연수원을 마친 뒤 ‘공감’에서 일해왔다. 주로 이주여성 문제에 천착하면서 법률 상담과 소송 대리는 물론 강연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같은 사무실 사람들은 그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들어봤다. 한겨레21인권위원이기도 한 황필규 변호사는 “나를 굉장히 미워하는 걸 봐서는 역시 사람 보는 눈이 있는 사람”이라며 자학적인 코멘트를 날렸고, 정정훈 변호사는 “사무실에서 광이 나지 않는 소소한 일들을 잘 챙기는 등 자기를 희생할 줄 아는 리더십이 있다”고 평가했다. 염형국 변호사는 “원칙적이고 맺고 끊는 게 명확하면서도 사람을 아낄 줄 안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날 상장과 꽃다발을 받았다는 소 변호사는 “(후배들에게) 밥 좀 사주려고 시상식장에 나왔다”며 “상금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지갑을 열어 밥을 사는 게 그렇게 행복할 수 없는 날인 듯싶었다. 이 상은 지난 5월 이화여대가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61)씨를 ‘자랑스러운 이화인’으로 뽑은 데 반발한 일부 학생과 동문들이 뜻을 모아 이번에 처음 만들어졌다.
그가 ‘공감’ 누리집에 남기고 있는 인사말은 참으로 아름답다. “인권적 감수성을 투명하게 닦아 행동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뜻을 같이하는 동료와 함께 실천한다면 참 사람다운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목표의 올바름을 선(善)이라 하고 그 목표에 이르는 과정의 올바름을 미(美)라고 한다’는 말처럼 선하고 아름답게 살고 싶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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