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거 꼭 해야 돼요?“ 김정수(14·가명)군이 투덜댔다. “귀찮아요! 힘들어요!” 강형섭(14·가명)군도 덩달아 입을 내밀었다. “자, 너희들이 찍은 게 다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다니까. 재밌지 않겠니?” 이애림 감독이 아이들을 다독였다. 이 감독은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제작한 인권옴니버스 애니메이션 에서 외모 차별을 다룬 를 만든 감독 겸 영화 프로듀서다.
9월20일, 충남 아산시 음봉산동 사회복지관. 이 감독을 포함한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AT 클리닉 연구원 5명이 5명의 아이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이들은 아이들이 찍은 실사 화면을 토대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키노애니드라마’를 촬영하는 중이었다. 대상 아이들은 흔히 말하는 ‘컴퓨터 중독’이다. 강군은 “부모님이 안 계실 때면 하루에 12시간씩 게임할 때도 많다”며 “태권도 사범이 꿈인데, 가끔 나도 게임을 너무 많이 하는 게 걱정”이라고 의젓하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한예종 AT 클리닉은 이렇게 ‘컴퓨터 중독’ 등에 걸린 아이들을 예술작품을 통해 치유하는 방법을 실험 중이다. 키노애니드라마는 아이들이 직접 몸을 움직이고 아이디어를 짜낼 수 있다. “동생을 괴롭히기만 하던 형이, 동생이 반의 다른 친구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걸 보고 뉘우친다는 줄거리가 있어요. 기본 줄거리를 토대로 세부적인 동작과 구체적인 이야기들은 아이들이 직접 머리를 짜내서 만들어내야 하는 겁니다.” 이애림 감독이 설명했다. 직접 만들고, 만들어진 완성품을 보면서 아이들이 ‘게임’ ‘휴대전화’ 등 집착하던 것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실제로 처음에 연기를 하면서 투덜댔던 아이들은 금세 땀을 뻘뻘 흘리며 “이렇게 해보는 게 어떨까요?” “이건 어때요?”라고 나름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조원규 한예종 책임연구원은 “제일 중요한 것은 아이들을 ‘치료’의 대상이 아니라 ‘예술의 주체’로 보고 아이들과 함께 즐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 아산에서 세 차례 진행된 미디어 워크숍은 이제 장소를 옮겨 서울 성북구에서 이어갈 예정이다. “정말 치유하려면 ‘지속성’이 중요할 것 같아 접근성이 높은 곳에서 1년 정도 장기적으로 진행할 생각입니다.” 조원규 연구원이 말했다. 예술을 통해 치유를 이룩하는 ‘생명예술’의 꿈이 서울 성북구에서 영글까.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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