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권명희씨
94일간의 단식을 마치고 이제 겨우 몸을 추스르기 시작한 김소연 기륭전자 분회장의 다리가 휘청했다. 1130여 일간 함께 투쟁해온 기륭 식구들도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2008년 9월25일 새벽, 기륭분회 권명희 조합원이 숨졌다. 향년 46살. 암 말기에도 투쟁과 투병을 같이 해오던 그가 끝내 눈을 감고 말았다.
고 권명희씨가 기륭전자에서 일하기 시작한 것은 2004년 6월10일이었다. 김소연 분회장과 같은 생산 라인이었다. 동료들은 그가 “늘 꼼꼼히 작업을 하고 근무시간 뒤에도 혼자 마무리를 하는 성실한 노동자”였다고 했다. 2005년 7월에 노조가 설립되자 가입한 뒤 활동을 열심히 했다.
그러던 그가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은 것이 2006년 1월31일. 늘 열심히 일했던 그였기에 해고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설상가상이라 했던가. 그해 5월, 몸이 자꾸 아파 병원을 찾은 그에게 암 진단이 내려졌다. 함께 투쟁하던 이들이 걱정할까 싶어 그는 내색을 하지 않았다. 몸이 조금 나아지면 농성장을 찾곤 했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남편과 아들, 딸에게 “동료들이 정규직화되면 함께 기륭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소연 분회장은 조사에서 “우리 사회의 광우병이요 말기 암인 비정규직과 싸우는 것도 모자라 진짜 암과 싸워야 했던 언니의 고통을 생각하면 심장이 떨린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은 26일 논평을 통해 “기륭전자 투쟁이 승리하는 날, 저 세상에서 환히 웃고 계실 고 권명희 조합원을 위해 이 억장같이 무너지는 가슴을 쓸어안겠다”고 밝혔다.
기륭분회는 9월27일 오전 기륭전자 정문 앞에서 노제를 지냈다. 고인의 주검은 벽제화장장으로 옮겨진 뒤 마석 모란공원 납골당에 안치됐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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