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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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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연계 교원평가제 추진

한나라당·교육부, 약속 뒤집고 ‘비밀리’에 재추진…
17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던 것
등록 2008-09-30 15:13 수정 2020-05-03 04:25

‘뜨거운 감자’에 ‘끓는 물 퍼붓기’일까.
한나라당과 교육과학기술부(교육부)가 교육계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인 교원평가제를 재추진하기로 9월24일 실무당정협의에서 합의했다. 여기에 더해, 당정은 평가 결과를 인사와 연수 등의 근거 자료로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이는 교육부가 지난 17대 국회에 교원평가제 도입을 뼈대로 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제출하면서 “평가 결과를 인사·성과급 등에 반영하지 않겠다”고 했던 약속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어서, 전교조와 한국교총 등의 반발을 비롯해 교육계에 거센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제출한 ‘정기국회 중점 추진법안’ 문서.

교육과학기술부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제출한 ‘정기국회 중점 추진법안’ 문서.

전교조·한국교총에서 거센 논란

나경원 한나라당 제6정조위원장은 “교원평가제 도입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 과제이기도 한 만큼, 이른 시일 안에 이를 추진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 이 입수한 ‘교육과학기술부 정기국회 중점추진 법안’ 자료를 보면, “평가 결과는 인사 및 연수 등에 활용”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 자료는 교육부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한테 제출한 것으로, 이 자료를 바탕으로 9월24일 열린 한나라당 교육위원 연찬회에선 “민감한 사안이므로 당분간 절대 보안을 유지해야 한다”는 당부가 있었다고 여러 참석자들이 전했다.

애초 교원평가제는 교육부가 “교원의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며 지난해 2월 발의했다. ‘교사의 수업지도와 학생지도, 교장·교감의 학교 운영을 교원 상호 평가와 학생·학부모의 만족도 조사로 평가한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이 법안은 교사 평가제도의 중복성 논란과 교원단체 반발 등에 부딪혀 처리되지 못하다가 17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그런데 이번에 교육부가 별다른 의견 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17대 국회 때 추진한 내용에서 한발 더 나아가 평가 결과를 교원 인사에까지 반영하겠다고 나온 것이다.

이해 당사자인 교원단체들의 반발은 거세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교총이 교원평가제 도입의 전제로 요구하는 수업시수 법제화, 법정 교원 확보 등 교육환경 개선이나 교원평가제 시범실시 결과 나타난 문제점 보완 등과 관련해선 교육부가 아무런 계획도 내놓지 않고 있다”며 “그러면서 교원평가제를 재추진하고 평가 결과를 인사에까지 반영하겠다는 건 교원의 능력 개발이라는 평가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한만중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실장도 “교원평가 결과를 인사에 반영한다면, 기존 인사 자료인 근무평정제도는 어떻게 할 것인지 교육부 스스로 답을 내놔야 한다”며 “참여정부 땐 중복 평가라는 논란을 피하려고 ‘전문성 평가이므로 인사에 반영하지 않겠다’고 떠들더니, 정권이 바뀌었다고 태도를 바꾸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정부가 갑자기 ‘인사 활용’ 카드를 꺼내든 배경에 대해 한 정책실장은 “국제중 설립 등 이명박 정부가 내놓는 교육정책마다 비판을 받으니, ‘교사들이 교원평가를 받느냐 안 받느냐’는 논란으로 국민의 관심을 돌리려는 게 아니냐”고 강하게 의심했다.

교육정책 비난 소나기 피하기?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의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도 교육부가 교원평가제 도입과 인사 자료 활용 방안을 지나치게 서두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근무평정제도에 맞춰 교장·교감 승진을 준비하는 교원들이 있기 때문에 당장 제도를 바꿀 수는 없지 않느냐”며 “그렇다면 교육부가 교원단체들의 의견을 구하고 장기적인 로드맵을 내놔야 당 안에서든 밖에서든 논의가 진행될 수 있는데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정부 스스로 말을 뒤집음으로써 정치적 신뢰만 잃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반응에 대해 나경원 제6정조위원장은 “교원평가제를 도입한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확정된 게 없다. 인사 활용도 여러 안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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