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육아 모임 ‘소리나는 어린이집’ 출신 가족들이 함께 떠난 자전거 캠프
▣ 사진·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자, 주목! 빨리 가려고 하지 말고 천천히, 안전이 우선입니다. 추월은 바깥쪽으로 해야지 안쪽으로 하면 사고 나요. 앞뒤 간격 5m 유지하고.”
지난 8월14일 서울 잠실 토끼굴 앞 갓길.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25명의 아이들과 28명의 부모들이 자전거를 세워놓고 물을 나눠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서울 갈현동의 공동육아 모임 ‘소리나는 어린이집’ 출신 가족들이다. 이들은 10여 년의 세월 동안 아이들을 같이 키우며, 작은 주말여행부터 마라톤, 등산, 미니 3종 경기 같은 다양한 스포츠를 함께해왔다.
“흔히들 여름이 되면 아이만 캠프에 보내곤 합니다. 우리는 부모가 직접 기획하고 훈련하고 참여하는 활동을 계속 해왔어요. 서울에서 동네 사람과 잘 놀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우리는 지역운동이라는 것을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아이들에게 어린 시절부터 잘 놀던 동네 친구를 물려주고 싶어요. 물론 어른들도 좋은 이웃으로 계속 같이 지내고 싶어서 이사를 못 간다니까요!” 유난영(41)씨가 해맑게 웃는다.
갈현초등학교를 출발해 한강시민공원을 지나 토끼굴 35km를 왔고, 앞으로 홍천까지 165Km 페달을 더 밟아야 한다. 아이들은 헉헉대며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친구들에게 “밟아, 밟아”를 연호하며 즐거워했다. 초등학교 5학년 최지호양이 말했다. “힘든 길 갈 때 내가 왜 이런 생고생을 해야 하나, 이러는 내가 좀 한심했고요, 오르막길에서는 좀 듣기 거북한 욕도 한 것 같고…. 그래도 마지막까지 짜증 별로 안 내고 끝까지 간 게 진짜 좋아요.”
이노원(44)씨는 자전거 여행이 ‘느림의 미학’이라고 말한다. 일부 동호인들이 “국도를 정복하겠다”라며 라이딩 대열에 참여하지만 이런 발상 자체가 못마땅하다고 말한다. “돌아다니며 한 끼 맛있는 음식을 먹고, 그곳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보는 것이 자전거 여행의 미학”이라는 것이다.
강원 홍천의 화방고개를 넘어서자 구름 사이로 그 모습을 당당히 드러낸 태양이 정말 아스팔트마저 태워버릴 듯한 기세로 내리쬐기 시작해 금세 도로에서 심한 열기가 솟아올랐다. 도로 위에서 아이들은 이 여름 성장해갔고, 어른들은 기뻐했다.
△ 저녁 식사 뒤에는 하루 평가를 하고 영화 상영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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