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사진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잘나가는 정보기술(IT) 기업을 박차고 나온 30대 2명이 서울 동대문구 창신동 ‘수다공방’에 둥지를 틀었다. 대학 시절 동아리 선후배의 질긴 인연을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는 김진화(32·왼쪽)·김방호(30)씨가 그 주인공. 이들이 창신동과 숭인동 일대에서 평생 미싱과 함께해온 ‘아줌마’들의 지위 향상과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세워진 전문 교육기관 수다공방(대표 전순옥)을 일터로 삼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예전엔 퇴근이 회사에서, 밥벌이를 위한 일에서 탈출하는 순간이었어요. 그래서 ‘의미 있는 일’과 ‘밥벌이’를 동시에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올해 초 전순옥 박사님을 만나면서 수다공방이 패션산업을 통째로 바꿀 수는 없겠지만, 중요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어요.”(김방호씨)
이들은 수다공방에서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마련하는 중이다. 공정무역 커피를 마시고 아동노동으로 악명 높은 세계적 스포츠용품 브랜드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는 ‘착한 소비자들’이 수다공방 아줌마들이 만든 옷을 접할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 판매를 벌이겠다는 것이다. 지속적인 재교육으로 얻은 높은 봉제 품질, 수년째 천연염색과 재료를 다뤄온 노하우 등을 볼 때 수다공방 옷들이 시장에서 반드시 ‘통한다’는 게 이들의 믿음이다.
찬찬히 이력을 들여다보면, 두 사람이 수다공방에 합류하게 된 데는 어떤 ‘필연’이 작동한 것도 같다. 다음커뮤니케이션에 다녔던 김진화씨는 지난 2006년 육아휴직을 한 뒤 대학 시절 친구와 함께 남성복 브랜드 사업을 벌였다. 저임금 노동자가 과로하며 저품질 제품을 만드는 패션산업의 악순환을 몸소 체험해본 것이다. 김방호씨는 지난해 NHN을 박차고 나와 ‘찬스’라는 사회적 기업 연구팀을 만들었다. 이주노동자의 수에 비례해 늘어가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위해 방과후 학교에서 어머니 나라의 말을 가르치는 교육 프로그램을 연구했다고 한다.
사회적 문제를 기업적 방식으로 해결하는 ‘사회적 기업’들은 그 수가 최근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시장에서 완전한 자립을 이룬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김진화씨와 김방호씨는 수다공방을 밑바탕으로 정부나 특정 기업의 지원에 의존하지 않는 ‘지속 가능한 사회적 기업’의 첫 번째 사례를 만드는 게 꿈이다.
“요즘 한국 직장인들의 목표는 ‘10년 동안 10억 만들기’ 정도가 아닐까 싶어요. 돈을 벌어야겠다, 부자가 되겠다 다짐하며 직장생활을 견딜 뿐 꿈다운 꿈을 못 꿔보는 것이죠. 저는 대학을 졸업하는 후배들에게 대기업 취업에만 목매지 말고 창업도 해보고, 사회적 기업에도 뛰어들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자기 능력도 계발하고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는 일을 벌일 수 있는 무대는 무한대로 넓거든요.”(김진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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