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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갑철] 자전거 관용차 납시오

등록 2008-07-18 00:00 수정 2020-05-03 04:25

▣ 김경욱 기자dash@hani.co.kr


어느덧 8년째다. 행정기관과 지자체의 관용차들이 점점 몸집을 불리는 사이 한결같이 자전거만 고집했다. 강원 화천군의 정갑철(63) 군수는 8년 전부터 지금까지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고 업무를 본다. 시외로 나가는 일이 아니면 그의 관용차는 ‘자전차’다.

정 군수는 2001년 1월, 강원도청에서 고향인 화천군 부군수로 자리를 옮기면서부터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14년 만에 고향에 돌아오니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차를 타고 다니면서는 군민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없어 창고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자전거를 꺼내어 탔다. 물론 처음에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봤다. “기관장이 무슨 자전거를 타고 다니냐”고 비아냥거리는 주민들도 있었다. 그런데 1년여가 지나자 군민들이 먼저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군정을 비판하거나 조언을 하는 사람도 생겨났다. 매년 1월,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모으는 ‘화천 산천어 축제’는 이렇게 군민들을 직접 만나면서 얻은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정 군수가 자전거를 가까이하면서 만들어낸 또 하나의 작품은 2006년에 시작한 ‘양심 자전거’다. 매년 자전거를 100대씩 구입해 군청과 경찰서, 농협 등에 비치했다. 누구나 쉽게 자전거를 무상으로 빌려 탈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우여곡절도 많았다. “첫해와 그 이듬해에는 한 달도 안 돼 자전거가 다 없어졌어요.” 그러나 올해는 5개월이 다 돼가는데 아직 한 대도 없어지지 않았단다. “이제 정착이 된 것 같아요.”

그는 또 하나의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바로 오는 10월10~11일 열리는 ‘DMZ(비무장지대) 자전거 랠리’다. 장장 85km에 이르는 구간이다. 일반인이 DMZ를 구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전국 생활체육연합회나 화천군 문화체육과에 전화를 하면 신청이 가능하다. “자전거에 오르면 사람뿐만 아니라 자연이 말을 걸어옵니다.” 정 군수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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