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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존 뮬라이에프] 맞서든 겨루든 태권!

등록 2008-07-03 00:00 수정 2020-05-03 04:25

▣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글·사진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후후. 말하기 곤란한 질문입니다. 어떤 사범한테 배웠나에 따라 차이가 나겠지요.”
알람존 뮬라이에프 우즈베키스탄 태권도협회장은 ‘남북한 태권도가 겨루면 누가 이길 것 같냐’는 기자의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뮬라이에프는 애초 북한 태권도를 배웠다. 동양무술에 관심이 있던 그는 1989년 북한 태권도 시범을 본 뒤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우즈베키스탄에 북한 태권도만 들어와 있었다. 그러다 91년 남한 태권도를 접하고 매력을 느낀 뒤 ‘전향’을 했다. 현재 우즈베키스탄에는 2만여 명가량이 태권도를 배우고 있고, 150개팀이 활동하고 있다.

뮬라이에프는 요즘 흥분되는 나날을 보낸다고 했다. 그가 가르쳤던 3명의 제자가 베이징올림픽 태권도 경기에 출전하게 됐기 때문이다. 카자흐스탄은 2명밖에 출전시키지 못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국이 일본의 관계처럼,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은 서로 경쟁의식을 갖고 있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수 있겠느냐고 묻자, 그는 “이번에 출전하는 3명은 모두 200~300명을 제치고 뽑힌 선수들이다. 출전하는 3명 모두 메달을 땄으면 좋겠다. 소망이다”라고 말했다.

다시 남북한 태권도로 주제를 돌렸다. “남북한 태권도의 가장 큰 차이가 무엇인가?” 뮬라이에프는 이렇게 답했다. “‘차렷’ ‘경례’ 같은 용어는 서로 같다. 하지만 남한은 ‘겨루기’란 말을 쓰고, 북한은 ‘맞서기’라는 말을 쓴다. 전체적으로 보면 북한 태권도가 좀더 공격적이다. 북한 태권도가 이겨야 한다는 승부욕이 좀더 강한 것 같다.”

동양무술에는 일본의 가라테나 중국의 쿵후도 있는데, 왜 태권도를 선택했을까. 그는 “태권도가 더 다가왔다.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문화적인 정서가 비슷하니까 더 끌린 것 같다”고 답했다.

뮬라이에프는 우즈베키스탄에서 태권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태권도 사범’을 들었다. 그는 “한국에서 더 많은 태권도 사범이 이곳에 와서 태권도를 가르쳐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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