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김제동] 김제동의 ‘노는 학교’

등록 2008-06-20 00:00 수정 2020-05-03 04:25

▣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학교 놀러왔어?’ ‘예.’ ‘10분 이상 공부하면 혼날 줄 알아. 다 책 놔. 책 놔.’ ‘예.’ 이런 대화가 오고 가는 학교를 만들고 싶습니다.”

6월12일 저녁 8시 서울 대학로 엘림홀 소극장에서 방송인 김제동씨가 ‘특별한’ 꿈을 밝혔다. “노는 법을 가르쳐주는 학교, 공부에 찌든 아이들에게 해방구가 되는 대안학교를 만들어주겠다”는 것. 김씨가 이런 꿈을 꾸게 된 것은 고등학교 때 국어 선생님의 영향이다. 그는 “수업 시간에 한순간도 진지할 새가 없었는데, 그 선생님이 가르쳐준 시조는 지금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기억한다”며 “단지 대학을 가기 위해 하는 공부는 진정한 공부도 아니고, 아이들이 행복하게 공부하는 것을 막고 진정한 창의력을 발휘하는 것도 방해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발랄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워주는 ‘노는 학교’를 꿈꾼다.

이날 김제동씨가 ‘노는 학교’에 대해서 한 판 풀어놓은 자리는 자발적 교육운동단체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창립 출범 행사였다. 이 단체는 사교육 걱정에 대한 불안을 나누고, 그 걱정을 이겨낸 경험, 불필요한 사교육 다이어트 정보 등을 공유하는 곳이다. 또 사교육 불안과 사교육을 부추기는 정책을 알려서 바로잡는 것도 목표로 한다. 송인수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공동대표는 “고등교육 문제가 심각한데 지금까지의 운동단체들이 이념적 차원에서 접근해 정작 문제의 당사자들이 문제 해결에 동참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그 근원이자 시발점인 사교육에서부터 교육 문제 접근을 시작해, 불균형한 교육 구조 전반을 바꾸고자 한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지금 당장 대안을 말하기보다, 어려움을 나누고 생활 속에서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생활 운동’”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날 창립행사에는 사교육 체질인 아들 때문에 가계 상황이 빠듯한 고3 엄마 안병화씨의 이야기, “영어는 필요한 사람만 해야지, 모두가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우리 아이는 일곱 살인데 아직 한글도 모른다”며 너스레를 떤 영화감독 류승완의 이야기 등이 어우러졌다.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홈페이지(www.noworry.kr)에도 사교육에 대한 걱정·불안, 나름의 사교육 절감 비법 등이 생활용어로 오고 간다. ‘생활 속의 교육 운동’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김제동씨가 “지금 지인들에게 물어물어 대안학교에 대한 계획과 구상을 하고 있는 중”이라며 “3년쯤 지나면 구체화되지 않을까 한다”고 고이 품은 꿈을 풀어놓은 것도 이런 ‘사교육 없는 세상’을 바라는 평범한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교육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입장을 펼치고 실천하는 연예인 한 명이 생길 때가 됐으니 기대해볼 일이다.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