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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 방귀 뀌면 지구가 싫어해요”

등록 2008-06-13 00:00 수정 2020-05-03 04:25

사회공헌 활동으로 ‘어린이 환경교실’ 운영하는 현대제철 임직원들, 그들의 아기자기한 수업 풍경

▣ 인천=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금성은 지구의 미래예요. 여러분이 지구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세대예요.”

지난 5월26일 인천 만석초등학교 5학년3반 교실. ‘하나뿐인 지구를 위하여’라는 주제로 어린이 환경교실이 열렸다. 현대제철이 후원하는 어린이 환경교실은 매달 한 차례 환경을 주제로 한 강의와 어린이들이 직접 참여하는 놀이와 노래, 실습 등 체험활동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날 일일 교사로 나온 김동주(48)씨는 인터넷 야생초 동호회인 ‘풀꽃나라’를 운영하고 있다.

“금성이 왜 지구의 미래예요?”

김씨가 던진 말에 28명의 또랑또랑한 아이들은 귀를 쫑긋 세웠다. 아이들은 “금성이 왜 지구의 미래예요?”라고 되물었다. 김씨는 아이들의 질문에 미소를 지으며 설명했다. “금성은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가득해요. 이산화탄소가 너무 많으니 표면 온도가 250℃나 되죠. 지구는 어떨까요? 지구는 대기가 아닌 땅속에 탄소가 가득해요. 탄소를 태우면 이산화탄소가 되잖아요. 그런데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고 매장돼 있던 탄소가 대기 중으로 올라오면 어떻게 될까요? 금성처럼 사람이 살기 힘든 곳이 되겠죠?” 아이들은 고개를 끄떡였다.

백과사전을 찾아보니, 금성은 그 크기가 지구와 비슷하다. 지름은 1만2100km로 지구보다 644km가 작다. 금성은 지구에 가장 가까이 다가오는 행성이기도 하다.

“지구가 더워지면 어떻게 될까요?” 김씨의 얘기는 이랬다. 지구 평균기온이 2℃ 올라가면 그린란드가 전부 녹아 해수면이 7m쯤 따라 올라가고 지구 생명의 3분의 1이 사라지게 된다. 만약 3℃ 올라가면 아마존 전체가 사막화돼버린다. 지구 평균기온이 4℃ 상승하면 시베리아에 매장돼 있던 수천억t의 탄소가 방출된다. 6℃ 오를 경우 북극권까지 사막화가 진행돼 95%의 생명이 절멸하게 되고 지구는 종말을 맞게 된다. 아이들의 얼굴이 일순간 굳어졌다. 무서운 듯했다.

이와 관련해 안병옥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과학자들이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구온난화로 시베리아 빙하가 녹게 되면 탄소뿐만 아니라 지층에 매장돼 있던 유기물이 부패하면서 메탄가스가 방출된다.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에 견줘 20배 이상 강한 지구온난화 원인 물질”이라고 지적했다.

이야기는 ‘개구리’로 이어졌다. “손으로 개구리를 만지면 일주일 뒤 개구리는 화상으로 죽게 돼요. 개구리는 피부가 약하고 예민하거든요. 또 석유를 많이 써서 이산화탄소가 많이 생기면 산성비를 내리게 해요. 산성비는 피부가 예민한 개구리에게 치명적이에요.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매일 우리 주변의 개구리들이 사라지고 있어요.” 개구리는 몸에 충분한 산소 공급을 하지 못하는 불완전 허파를 가지고 있어 피부로 호흡을 하는데, 산소를 더 많이 흡수하도록 피부가 촉촉이 젖어 있다. 개구리를 너무 거칠게 만지면 피부가 말라 죽을 수 있다는 얘기다. 산성비 역시 개구리가 호흡하는데 방해물이 될 수 있다. 지구 온난화가 우리 주변에 있는 많은 생물들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김씨는 ‘개구리’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지구가 더워지게 하는 요소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바로 석유,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예요. 80%가 화석연료 때문이에요. 나머지는 무엇인지 아세요?” 아이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바로 소나 돼지 등을 키우는 축산업이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에요. 비중이 18%예요. 소가 뀌는 방귀와 쇠똥에서도 이산화탄소가 나오거든요. 그렇다면 고기를 많이 먹는 게 지구에 좋을까요, 많이 안 먹는 게 지구에 좋을까요?” 아이들은 한결같이 “많이 안 먹는 거요”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지구를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김씨는 짧지만 단호하게 “에너지를 아껴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밥을 먹을 때보다 햄버거를 먹을 때 16배의 석유가 들어가요. 이산화탄소를 많이 만들어내는 음식을 많이 안 먹는 것도 에너지를 아껴 쓰는 한 방법이에요.” 김씨는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식품의 예로 칠레 포도를 들었다. 배를 타고 들어오기 때문에 많은 석유를 사용한다는 설명이었다.

김씨는 에너지를 줄여나가는 일본의 사례를 하나씩 들었다. 그는 15년 동안 일본에서 살았는데 그 체험이 묻어나왔다. 일본에선 목욕을 한 뒤 남은 욕조 물을 세탁기에 연결해 빨래를 하는 데 쓴다. 목욕물로는 세탁기를 두 번 정도 돌린다. 그리고 남은 물은 화분에 주거나 화장실 물로 활용한다.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자동차 1~3위는 660cc 이하의 경차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3위 모두 1500cc 이상이다. 1위와 3위는 대형차다. 일본에선 차가 있더라도 직장에 타고 올 수 없다. 사원을 위한 주차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에선 여름 냉방 때도 27℃로 온도를 설정한다. 겨울 난방 때는 15~18℃로 낮게 튼다. 우리나라에선 겨울에 집 안에 있을 때면 반팔을 입지만, 일본은 겨울에 집에서도 외투를 입는다. 아이들은 일본과 비교해 자신들이 생활 속에서 얼마나 많은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알게 되자 놀라워했다.

“고기를 많이 안 먹거나 에너지를 아껴 쓰면 일자리가 줄어들거나 상품이 잘 안 팔릴까 걱정하기도 해요. 하지만 에너지를 아껴 쓰면 에너지 절약 산업이 발전해요. 태양광이나 2차 전지 같은 대체에너지 기술도 발전해 더욱 좋은 일자리가 생기게 되죠.”

철강업체의 딱딱한 이미지 벗어

수업이 끝난 뒤 풍력발전기를 만들어보는 체험활동이 이어졌다. 바람개비처럼 생긴 장난감을 만드는 것이었다. 입으로 후후 불어 바람개비를 돌리면 건전지가 없는데도 바람개비 날개에 붙어 있는 조그만 전등에서 반짝반짝 빛이 났다. 자전거 페달을 밝으면 전등에 불이 켜지는 원리와 비슷했다. 석유가 아닌 바람이라는 에너지로도 불빛이 난다는 것에 아이들은 신기해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부터 인천·포항·당진 등 제철소 인근 지역의 초등학생 320여 명을 대상으로 ‘어린이 환경교실’을 운영하며 어린이들에게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있다. 특히 어린이 환경교실은 현대제철 임직원들이 매달 급여에서 일정 금액을 적립하면 회사에서도 그만큼의 기금을 내는 방식으로 예산을 충당하고 있다.

장영식 현대제철 과장은 “어린이 환경교실은 좀더 전문적인 교육을 진행하기 위해 체험학습연구개발협회와 함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며 “지난해 먹을거리 환경을 시작으로 올해는 에너지 환경, 2009년엔 물 환경의 차례로 3년 짜리 기획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철강업체라는 딱딱한 이미지에서도 벗어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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