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욱 기자dash@hani.co.kr
즐겨 듣던 노래를 오랜 시간 뒤 다시 들었을 때, 전해지는 건 멜로디보다도 아련한 기억이다. 사진이 순간의 기억을 직접 추억하게 한다면, 노래는 첫사랑, 이별 같은 기억의 먼 저편을 떠올리게 한다. 김종천 상명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지난 20여 년간 그런 추억들이 얽힌 70년대 가요 음반들을 하나둘 모아왔다. 그러다 보니 엘피(LP) 음반만 3천여 장이 쌓였다.

4월28일부터 6월30일까지 상명대 중앙도서관 책사랑 갤러리에서 열리는 ‘70년대 한국팝 LP음반전’은 그가 지은 추억 창고로 관객을 초대한다. 음반 커버 140여 점이 전시되고 음악감상회도 열릴 예정이다. 70년대에 대학을 다녔던 그는 지금처럼 마우스 한번 ‘클릭’해서 손쉽게 듣고 싶은 음악을 들을 수 없었던 시대를 살았다. 학교 앞 다방이나 음악감상실에서 일일이 곡을 신청해 들어야 했던 세대. 김 교수는 “양희은·김민기·이장희·신중현 등의 대중음악을 즐겨 들었다”고 했다.
LP를 직접 사모으기 시작한 것은 교수가 되어 월급을 받기 시작한 1980년대 후반부터다. 광화문에 있던 옛 ‘공씨책방’에 중고서적을 사러갔다가 근처에서 중고 LP점을 발견하고는, 대학 시절 즐겨 듣던 음반을 사들였다. 모은 LP 중에는 그룹 ‘맷돌’의 공연실황 음반과 출시되자마자 판금조치 당한 김민기의 같은 희귀한 음반도 꽤 있다. 이런 음반들은 요즘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이른다. 왜 LP를 고집하냐고 묻자 “따뜻함 때문”이란 대답이 돌아왔다. LP를 통해 ‘지직’거리며 흘러나오는 그 시절 노래의 잡음조차 그에게는 추억의 음악이 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번 전시를 “시대를 듣는 툴(tool·도구), 시대를 보는 틀(frame)”이라고 소개했다. 음악을 통해 70년대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음반 커버에 드러난 70년대라는 어둡고 억눌린 시대를 들여다보라는 것이다. “음악을 듣기 위해 LP의 먼지를 닦고 턴테이블에 조심스럽게 얹는 것, LP를 듣는다기보다는 연주하는 느낌. 그 따뜻함을 알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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