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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순례] 임순례 감독 “티베트 평화, 레디 액션!”

등록 2008-04-04 00:00 수정 2020-05-03 04:25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영화는 뜨는데 감독은 여기에 없었다. 이 200만, 300만, 40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 기록을 쌓아가는 동안 임순례 감독은 인도에 머물렀다. 누군가에겐 흥행몰이를 하는 동안이 생애 최고의 순간이지만, 그에겐 인도에 머무는 시간이 최고의 평화로운 순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정확히 인도 속 티베트에 있었다. 달라이라마의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 다람살라. 임 감독은 인도에서 보낸 5주 중에 3주를 그곳에서 보냈다. 서너 해 전 다람살라의 짧은 체류는 또다시 그를 이끌었다. 이번엔 사원에 머물며 불법을 배웠고, 티베트 음력설 로사 때는 달라이라마가 이끄는 법회에도 참여했다. 달라이라마도 존경스러웠지만 평범한 티베트인의 불심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사원에서 머물며 만났던 대여섯 살배기 스님들의 생명을 생각하는 마음이, 로사 법회에 참여하기 위해 티베트에서 다람살라로 오체투지하며 넘어온 아주머니의 해진 옷이 아직도 선연하다. 임 감독은 “아이들이 흙을 만지며 놀다가도 개미에게 길을 내어줄 만큼 티베트인은 생명에 유난히 민감한 사람들”이라며 “세속화 이전의 원초적 불교가 아직도 티베트인의 일상에 뿌리박고 있다”고 말했다.

평화의 시간이 끝나자 학살의 소식이 들렸다. 다람살라에서 3월에 돌아오자 티베트 민중이 죽어가고 있다는 뉴스를 보았다. 갈급한 마음에 인터넷을 뒤졌고 친구들을 찾았다. 티베트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든 ‘티베트의 친구들’(thinktibet.cyworld.com)이었다. 그들과 함께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 나갔다. 3월27일엔 “미마세”(죽이지 마라) “뵈랑세”(티베트를 티베트인에게)를 외치며 중국대사관 항의 방문도 나섰다. 이날 집회에서 만난 그는 “티베트의 사원을 봉쇄해 스님이 굶어 숨졌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안타까워했다. 29일엔 서울 대학로에서 티베트 평화축제도 열었다. 그가 장소를 정하고 앰프를 준비하고 출연진을 섭외하는 일까지 도맡았다. 다행히 주변의 도움으로 크라잉넛, 손병휘, 허클베리핀 등 인디음악의 스타들을 모을 수 있었다.

이제 티베트로 가는 길은 막혔다. 올해 여름에 티베트로 가려던 그의 길도 막혔다. 하지만 길은 막아도 마음은 막지 못한다. 티베트의 평화를 소망하는 일에 함께 하면서 그의 마음은 벌써부터 오체투지로 티베트로 향한다. 물론 그가 진보신당 홍보대사를 맡아서 세상을 바꾸는 일에 힘을 보태는 것도 다르지 않다. , 여기서도 오체투지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는 언제나 눈길을 주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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