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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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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성] 옥션하듯 소송에 몰려들라

등록 2008-03-14 00:00 수정 2020-05-03 04:25

▣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지난 2월 초 회원 신상정보와 환불정보를 해킹으로 유출시킨 인터넷 마켓 옥션이 한 달이 넘도록 정확한 피해 내용과 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다. ‘뿔난’ 일부 회원들이 피해자모임(cafe.naver.com/savename)을 만들어 옥션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개인정보 노출만으로도 성명권이나 프라이버시가 침해당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옥션 회원이라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해 사상 최대 규모의 소송인단이 꾸려질 수 있는 이 소송을 한 새내기 변호사가 무료로 맡아 눈길을 끈다. 김현성(34·법무법인 상선) 변호사다.

김 변호사는 “회원 1800만여 명의 거대 인터넷 기업이 회원정보를 허술하게 다룬 것도 놀랍지만, 피해 내용을 쉬쉬하고 방지 대책도 내놓지 않는 게 더 놀랍다”고 수임 이유를 밝혔다. 자신의 ‘소액 피해’ 경험도 한몫했다.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 1년 동안 휴대전화 커플요금을 냈다. 여자친구가 커플제를 해지했으니 자동으로 계약이 해지되는 게 순리인데 요금이 계속 청구됐다. ‘당사자 둘 다 해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식의 소비자 피해가 상당하다. 기업은 엄청난 부당이득을 취해왔을 것이다.”

그가 ‘공분’만으로 나선 것은 아니다. 최근 서울중앙지법은 리니지2의 개인정보(아이디·비밀번호) 유출과 관련해 1인당 50만원의 배상 판결을 한 일이 있다. 이번 옥션 소송은 두 단계를 거친다. 1단계로 내 신상정보가 유출됐는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인하고, 2단계로 유출 사실이 확인된 사람에 한해 손해배상 청구를 한다. 참여를 원하는 사람은 간단한 위임장을 써서 보내면 된다.

김 변호사는 2000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최근 2년간 노회찬 전 의원실에서 보좌관을 지냈다. “공채 공고를 보고 찾아간 게 인연”이었다. 지난 2월 뒤늦게 개업을 한 이유는? “다양한 경험을 쌓아 공익에도 도움되고 사익에도 도움되는 일을 하고 싶어서”란다. 그는 이번 소송을 계기로 개인정보가 보호되는 법·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기업의 개인정보 수집을 최소화하고 관리책임을 엄격하게 묻는 ‘개인정보관리법안’(노회찬 대표발의)이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는 것을 보고 “다수의 선량한 사람들이 뭉쳐야 세상을 바꾼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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