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욱 기자dash@hani.co.kr
주사가 필요 없는 감기환자에게 약만 처방하자 “주사를 맞아야 낫는데 왜 안 놔주냐”고 했다. 정밀검사를 위해 컴퓨터 단층촬영(CT)을 권하자 “CT 촬영은 암을 유발할 위험이 있으니 못하겠다”는 환자도 있었다. 젊은 환자들일수록 증상을 이야기해보라고 하면 전문용어를 섞어가며 “진통제나 링거주사를 처방해달라”고 했다. 인터넷에서 얻은 의학정보에 마음대로 살을 붙인 결과다.
비뇨기과 전문의 양광모(33)씨는 지난 2001년부터 환자들을 만나며 적지 않은 환자들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지 않고 스스로 ‘처방’을 내린다는 것을 알았다. 2005년 5월에 일어난 일은 검증되지 않은 의학정보의 심각성을 깨닫게 했다. 양씨는 한 네티즌이 올린 “임신 중인데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내용의 글을 읽었다. 신장종양이 의심됐다. 그런데도 그 글 밑에는 ‘푹 자고 나면 좋아진다’ ‘건강보조식품을 먹어보라’는 댓글이 있었다. 양씨는 즉시 병원에 가보라는 글을 남겼다. 다음날 그가 일하던 대학병원 종양파트에 동일한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찾아왔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니 애초 그 글을 올린 이였다. 검사 결과 신장에서 종양이 발견됐다. 네티즌들의 말만 들었다면 산모와 아기 모두 위험할 뻔했다.
양씨는 그 뒤로 틈만 나면 ‘아프다’고 호소하는 글을 찾아 댓글을 남겼다. 하지만 한계가 있었다. 지난해 3월 블로그를 개설했다. ‘양깡’이라는 필명으로 ‘비타민C를 복용하면 감기가 빨리 나을까?’ ‘선풍기를 틀어놓고 자면 사망할까?’ 같은 제목의 글을 올렸다. 하나둘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잘못 알려진 의학정보를 함께 고쳐나가고 싶다는 의사들도 모였다. 모두 7명이었다. 비뇨기과·신경외과·정형외과·내과 등 전공도 다양했다. 그중에는 양씨의 부인도 있다. ‘써녕’이라는 필명의 박선영(31)씨다. 이들과 함께 양씨는 개인 블로그였던 헬스로그(www.healthlog.kr) 를 올해 1월1일부터 팀 블로그로 바꾸었다.
양씨는 현재 경남 창영군 대합보건소에서 공중보건의로 근무하고 있다. 복무 기간은 1년이 남았다. 그동안 다양한 전공의 의료 필진 20여 명을 더 모을 계획이다. 그런 다음? 온라인 종합병동을 만들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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