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기타를 잡은 드니 성호(33)씨의 손이 줄 위에서 춤춘다. 1월4일 충남 서산에 자리한 성남 보육원 아이들 30여 명이 모인 작은 강당 안에서 슈만의 선율이 흐른다. 곡은 애초 피아노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바이올린과 첼로 독주용으로도 자주 연주된다.

연주가 끝나고 ‘짝짝짝’ 박수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성호씨와 아이들 사이에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성호씨가 태어난 것은 1975년 부산이었다. 태어난 지 3일 만에 고아원에 맡겨졌다. 고아원 생활은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첫돌을 넘기기도 전에 벨기에로 입양돼 떠났기 때문이다. 월드컵 본선에서 두 번 마주친 경험을 빼면 벨기에와 한국은 너무 먼 나라였다. 당연히 한국말도 전혀 못한다.
대부분의 입양아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의 유년 시절도 혹독하고 힘겨웠다. 사춘기를 지나면서 그는 주변 사람들과 다른 자신의 모습을 깨닫고 정체성의 위기를 느낀다. 방황하던 그를 잡아준 것은 8살 때부터 배우기 시작한 클래식 기타였다.
그는 14살 때 벨기에 ‘영 탤런트’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며 음악적 재능을 뽐내기 시작한다. 이후 프랑스 파리 고등사범음악원과 벨기에 왕립음악원에서 공부했고, 2004년에는 유럽 콘서트홀 협회가 선정한 ‘떠오르는 스타’로 선정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성호씨는 “지금 와 생각하면 나는 운이 참 좋았다”고 말했다. “저는 좋은 가정에 입양돼 사랑을 받으면서 자랐습니다. 음악이라는 평생 친구도 찾았고요.” 그는 뉴욕 카네기홀, 빈 무지크페라인,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등에서 독주회를 여는 등 클래식 기타리스트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한국을 다시 찾은 것은 입양을 떠난 지 30년이 흐른 2006년이었다. 재외동포재단이 주최한 한민족문화공동체대회 자리를 통해서였다. 고국으로 돌아오는 그는 한때 원망했던 부모를 수소문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성호씨는 “비슷한 아픔을 겪은 아이들과 음악으로 교감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가 연주한 곡목인 트로이메라이란 ‘꿈꾸는 일’ 또는 ‘공상’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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