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8년여에 걸친 ‘자발적 망명’을 접고 귀국길에 오른 베나지르 부토(54) 전 파키스탄 총리를 겨냥한 대규모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10월18일 고향인 남부 카라치에서 부토 전 총리 환영 인파 주변에서 강력한 폭탄공격이 벌어져 적어도 120여 명이 숨지고, 250여 명이 다쳤다.
부토 전 총리는 1953년 6월 유력 정치가문의 맏딸로 태어났다. 그의 부친인 줄피카르 알리 부토는 70년대 파키스탄 대통령과 총리를 두루 거친 거물 정치인이자, 파키스탄 최대 정당 중 하나인 파키스탄인민당(PPP)을 창당한 장본인이다. 하버드·옥스퍼드대학 등 미국과 영국의 명문대학을 두루 거친 부토는 79년 부친이 군부에 체포돼 석연찮은 이유로 처형되면서 정치권과 인연을 맺게 된다.
철권을 휘두르던 모하마드 지아울하크 장군이 88년 8월 갑작스럽게 숨진 지 석 달 만에 치러진 총선에서 부토가 이끈 인민당은 압도적인 승리로 제1당 자리를 꿰찼다. 그해 12월 그는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불과 서른다섯 살의 나이에 이슬람권 첫 여성 총리에 오른다. 하지만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90년 들어 그를 둘러싼 부패 스캔들이 불거지면서, 부토는 정권을 내주고 만다. 93년 치러진 선거에서 재집권에 성공했지만, 다시 부패 스캔들이 그의 발목을 잡으면서 집권한 지 3년여 만에 다시 권좌에서 물러나는 부침을 겪었다.
그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다. 한편에선 ‘친미·친서방파의 전형’이란 혹평이 쏟아지지만, 그의 부패 추방 노력 등을 들어 ‘민족주의자’란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나라 안팎의 위기에 직면한 무샤라프 대통령이 그에게 총리직을 제의했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로 파키스탄 정계에서 그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흥미로운 점은 그와 탈레반의 관계다. 96년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장악할 당시 총리로 재직 중이던 그는, 아프간 정국이 안정돼야 파키스탄의 중앙아시아 진출이 용이해질 것이란 판단에 따라 탈레반을 적극 지원했다. 불과 10년여 만에 상황이 얼마나 바뀐 걸까? 그의 귀국길을 노린 폭탄공격의 배후로 탈레반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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