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2004년 9월1일 주민 9명을 시작으로 4년 투쟁의 결과… 연행자 680여 명, 벌금자 165명</font>
▣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10월2일 대추리 지킴이 ‘해밀’은 전과자가 됐다. 2006년 10월 대추리 주민 이민강(67)씨 부인의 장례식을 마치고 마을로 들어오던 길이었다. 경찰은 마을 입구 내리 검문소에서 장례식을 마치고 돌아오는 평택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의 발길을 막았다. 그는 “나는 주먹을 휘두른 적이 없다”고 말했지만, 검찰은 그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했고, 법원은 ‘유죄’ 판결을 내렸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신종원 대추리 이장과 송태경 미군기지확장반대 팽성대책위원회 기획부장에게도 나란히 ‘유죄’ 판결이 떨어졌다. 해밀은 “나는 주민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1년 동안의 보호관찰 처분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법원의 결정에 따를 수 없다”며 10월4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다급할 때 약속해놓고는 이제 와…
대추리 주민들과 국방부 산하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이 4년 동안 이어진 싸움을 마무리지은 것은 지난 2월13일이었다. 그날 오후 2시30분 평택시청 신관 소회의실에서 발표된 합의문에 담긴 주민들의 요구사항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는 미군기지 이전 과정에서 국방부가 저지른 폭력과 고압적인 태도에 대한 사과이고, 둘째는 평택 투쟁으로 재판을 받고 있거나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람들에 대한 사면이고, 셋째는 ‘대추리’라는 주민 공동체를 보존해달라는 것이다.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은 그날 나온 보도자료에서 “주민이 고향을 떠나야 하는 아픔과 어려움을 겪게 된 데 대해 정부 측은 유감 표명과 구속자에 대한 사법처리 선처를 사법당국에 요청키로 했다”고 말했다.
김택균 미군기지확장반대 팽성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공무원들이 다급할 때 약속은 해놓고, 이제 와서 누구 하나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2007년 10월까지 평택 투쟁에 함께했던 주민과 활동가들 앞에 쏟아진 벌금은 4억2970만원에 이른다. 물론 그중에는 검찰이 벌금을 청구한 뒤 아직 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은 것들도 있어, 실제 부과 액수는 줄어들 수 있다. 지난해 평택 시위로 경찰에 연행된 사람은 680여 명. 벌금이 부과된 사람은 165명이다. 대상자는 시민단체 활동가, 평택 투쟁에 함께했던 노조 간부, 학생, 주민 등이다. 사람들은 선뜻 벌금을 못 내고 움츠러들고 있다.
부과된 벌금 내용은 그 자체로 주민들의 4년 투쟁의 역사를 증언한다. 2004년 9월1일 평택대학교에서 강행된 미군기지 확장사업 공청회장에서 항의하는 주민과 경찰 사이에 충돌이 있었다. 그 사건으로 주민 9명이 경찰에 연행됐고, 성난 주민들은 경찰서로 몰려가 “잡혀간 사람들을 풀어달라”며 촛불을 밝혔다. 그날부터 이어진 촛불은 본정리 농협 앞, 2006년 5월4일 대추초등학교 철거 때 무너져버린 비닐하우스를 거쳐 대추리 농협 창고에 이르기까지 935일 동안 하루도 꺼지지 않았다. 그 충돌에 대한 대한민국 검찰과 법원의 판단은 ‘총 벌금 750만원’이다. 2005년 11월23일 농민들의 땅을 강제수용할 수 있는 최종 결정을 내린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앞 충돌에는 2250만원, ‘여명의 황새울’이라는 작전명이 붙었던 2006년 5월4일 ‘평택의 야만’에 대한 판단은 무려 2억1950만원이다.
주민들을 분노케 하는 것은 김지태 전 대추리 이장 앞으로 청구된 행정대집행 비용 1억5300만원과 그에 더해진 연체 가산금 2300만원이다. 법원의 판결로 최종 결정되는 벌금과 달리, 행정대집행 비용은 정부 재량으로 부과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주민들에 대한 정부의 성의 문제이 것이다. 정부는 7월27일 대추초등학교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든 비용을 “대신 갚으라”고 김지태 이장의 재산을 가압류했다. 김 이장은 7월30일 법원에 가압류 처분 무효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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