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그가 왔다, 미스터 악마!”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한 뒤 남미 순방길에 나선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연일 화제를 뿌리고 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미국 방문에 앞서 9·11 동시테러 현장인 ‘그라운드 제로’ 방문을 요청했다가, ‘미국민을 모욕하려는 처사’란 거센 비난 여론을 부르며 일찌감치 파란을 예고했다. 미 언론의 호들갑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예상대로 그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유엔 총회 연설은 물론 미 현지 언론과의 각종 인터뷰에서 조지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통박하며 연일 세계인의 눈과 귀를 끌어모았다. 그를 초청했다는 것 자체가 논란거리였던 9월24일 컬럼비아대학 강연은 그 백미였다. 이날 강연회는 그가 연단에 오르기 전부터 일촉즉발의 난상토론장으로 바뀌었다. 이 대학 리 볼린저 총장이 강연에 앞서 인권 탄압 등을 이유로 이란 정부를 비난하며,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을 ‘잔인한 독재자’라고 공격한 뒤에야 사회자가 그를 소개한 탓이다.
그대로 물러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아니었다. 그는 “이란에선 연사를 초청하면, 연설 내용에 대해 학생과 교수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존중하는 게 전통”이라며 “연설이 시작되기도 전에 청중들에게 선입견을 줄 만한 온갖 주장을 늘어놓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통박했다. 청중석에선 웃음과 함께 박수가 터져나왔다. 그의 이날 연설은 〈CNN방송〉과 등을 통해 생중계됐고, 볼린저 총장의 처신에 대한 찬반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런 ‘열띤’ 분위기를 반영하듯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방문하는 곳마다 이란을 비난하는 시위와 이란 공격을 반대하는 시위가 방미 기간 내내 꼬리를 물었다. 부시 행정부가 ‘악마화’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미국의 심장부에서 국제 무대의 스타로 화려하게 떠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진 게다. 방미 일정을 마치고 라틴아메리카 순방길에 나선 그는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과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잇따라 만나 ‘반미의 우의’를 다지는 등 부시 행정부를 자극하는 신경전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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