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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성·박희성] 쌍둥이 자매의 행복한 비누공작소

등록 2007-09-21 00:00 수정 2020-05-03 04:25

▣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서울 청파동 숙명여대 앞에는 같은 이름의 쌍둥이 가게가 있다. 박혜성·희성(36) 쌍둥이 자매가 운영하는 ‘비누공작소’. 한방 약재, 곡물, 꿀, 로열젤리, 녹차, 허브 에센셜 오일 등 100% 천연 재료로 만드는 이곳의 비누는 5년 전 가게 문을 연 뒤 입소문을 타고 최근에는 일본까지 단골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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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는 국내 대기업(각각 KT, LG)에서 해외마케팅 일을 한 덕에 외국 다닐 일이 많았다. 어느 날 언니 혜성씨는 이탈리아 밀라노 뒷골목을 어슬렁거리다 서점에서 ‘천연비누 만드는 법’이라는 책을 보게 된다. 화학첨가제, 방부제 안 든 비누라고? 눈이 번쩍 뜨였다. 그때부터 직접 비누를 만들어 썼고, 가족과 친구들의 피부 특성에 맞춰 기능성 비누도 만들어봤다. 성분과 모양을 연구하며 날밤을 새우다 이 일을 ‘업’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 희성씨와 의기투합해 가게를 열었다. 사업 경험이 없고, 벤치마킹할 대상도 없는 상황이었다. 비누를 만들 때면 “예쁘다, 재밌다, 행복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는 것과 둘의 퇴직금만이 유일한 밑천이었다. 아버지는 늘 “너무 잘하려고 하면 본인도 주변 사람들도 힘들다. 너무 잘하려 하지 않아야 결국 잘한다”고 말했는데, 가게를 열 때나 지금이나 큰 좌표란다. 자매의 아버지는 해직기자 출신 언론인 박순철(66)씨다. 한때 유명 백화점과 명동 등에 매장을 5개나 뒀는데, 돈은 벌어도 일에 치이니 행복은 뒷전, 건강까지 위협받는다는 것을 알았다고.

두 사람은 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재료를 쓰는 걸 원칙으로 한다. 필요하면 산지에도 직접 간다. 하나하나가 ‘작품’이고, 자기들은 ‘행복’을 판다고 믿기 때문이다. 곡물로 만든 ‘뽀얀 비누’와 꿀·로열젤리가 많은 ‘탱탱 비누’가 짝인 ‘우리 엄마의 청춘’, 순한 유기농 재료로 만든 ‘우리 아가의 단꿈’, 황토와 꿀·녹차로 모공 관리나 영양 효과를 더한 ‘내 여자의 아침·저녁’ ‘내 남자의 아침·저녁’ 세트 등이 ‘행복공작소’ 자매의 대표 작품. 각 직장 여성 노조 등에서 단체 주문할 때 가장 보람 있단다. 퇴근 뒤 너무 지쳐 씻지도 못하고 잠자리에 쓰러지는 샐러리우먼으로 살아봤기 때문이다. 문의 홈페이지 binoog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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