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앗, 대학교 1학년들 맞아?” 제13회 소니코리아 공모전 ‘드리머즈 챔피언십’(Dreamers Championship)에서 디자인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팀은 분명 대학교 1학년으로만 구성됐다고 했는데…. 어딘가 중후한(?) 느낌의 저 정장 남녀는 누구란 말이지? 수상자 4명의 평균 나이는 27살. 20대 후반의 새내기들이라니, 어찌된 일인지 팀에서 가장 나이가 많다는 김기문(29·맨 오른쪽)씨에게 물었다.
우선 그의 소개부터. 그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한 이동통신회사의 대외전략 부서에 들어가 3년간 근무를 하고 있었더랬다. 적어도 반년 전까지. 그러다가 생각했단다. 과연 10년 뒤에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하고 싶은 일이면서 동시에 전문성 있는, 그런 일을 하고 살 순 없을까. 생각 끝에 ‘멀쩡히’ 잘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내고, 3년제 디자인 학교인 삼성디자인학교(SADI)에 입학했다. 삭발을 했고 디자인을 알아갔다. 그리고 한학기. 그는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탔다.
그와 함께 공모전에 참가한 나머지 세 사람도 모두 같은 학교, 같은 학년이다. 김태훈(25·왼쪽 두 번째)씨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던 중 광고에 관심을 갖게 돼 다시 진로를 모색했고, 우준형(27·맨 왼쪽)씨는 순수회화를 전공한 뒤 다시 디자인 세계에 발을 디뎠다. 박진아(26)씨는 무역을 전공한 뒤 회사에 다니다가 다시 학교에 들어온 경우. 다들 경력이 특이해서인지 금세 서로에게 끌렸고(!) 학교에서도 어울려 다니다가 공모전 팀까지 짜게 됐다.
그렇다고 늦깎이 학생으로서 마냥 즐겁기만 할까. 고민도 많다. “막상 공부를 시작해보니 정말 겁날 때도 많아요. 무모하게 큰 일을 벌였구나 싶을 정도로 공부할 것이 많고요.” 김기문씨의 말이다. 그럼 6개월 전으로 돌아가면 사표 안 내겠냐고 떠봤더니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에 다니면서 가장 재밌다고 느껴지는 게 지금”이란다. 원하는 공부를 하고 있는 즐거움에 푹 빠진 그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도 결론은 사표였을 것”이라며 웃는 그의 말에 사표 낼까 말까 고민 중인 사람들은 귀가 솔깃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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