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그는 단순히 일본의 정치인이 아니다. 이제는 동아시아 성소수자의 상징이다. 오사카 부의원을 지낸 오쓰지 가나코(32)는 지난 7월 민주당 소속으로 일본 참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일본에서 커밍아웃한 동성애자 정치인으로는 처음이었다. 비록 당선이 되지 못했지만, 오쓰지는 전국의 유세장에서 동성애자 인권을 외쳤다. 부의원 시절인 2005년에는 자서전 을 출간하면서 커밍아웃했고, 참의원 출마를 앞두고는 동성 파트너와 공개 결혼식도 올렸다. 그러니까 그는 정치인이면서 동성애자인 사람이 아니라,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정치를 하는 사람이다. 부의원 시절에는 동성 커플도 이성애자 부부처럼 임대주택에 들어갈 권리를 얻어냈고, 동성애자 차별금지법 제정을 인생의 목표로 꼽는다. 오쓰지는 뼛속까지 동성애자인 사람인 것이다. 그가 어머니를 따라서 서울에 왔다.
그의 어머니 오쓰지 다카코씨는 9월1일 서울에서 열린 성소수자 가족 포럼에 참가했다. 어머니와 함께 포럼에 참여한 오쓰지는 한국의 게이레즈비언 활동가들을 만나서 의견도 나눴다. 한국과 일본의 상황을 묻자 그는 “일본은 그래도 기독교 국가가 아니라 혐오증이 심하지는 않다”며 “하지만 남의 이목에 민감해 자식이 커밍아웃을 하면 부모가 주변 사람들에겐 알리지 말라고 당부한다”고 말했다. 그도 비슷한 종류의 ‘침묵’을 경험했다. 그는 “내가 정치인이 되자 어머니의 친구들은 기뻐하고 축하했지만, 내가 커밍아웃을 하자 모두 침묵했다”고 전했다.
“침묵은 죽음이요, 행동만이 살길이다.”(Silence is Death, Action is Life) 동성애자인권운동의 유구한 구호다. 오쓰지는 “무엇보다 보이는 것이(Becoming visible) 중요하다”고 말했다. 보이기 위해서 출마도 했다. 참의원 출마 기자회견에서 오쓰지는 태권도 시범을 보였다. 그는 대학교 태권도부 주장이었고, 1995년 교환학생으로 서울에서 지냈다. 한류 열풍 전에 한국에 관심을 가졌고, 성소수자 문제가 떠오르기 전에 커밍아웃을 하고 정치를 시작했다. 그는 “시대를 앞서서 살았다”며 웃었다. 앞서서 사니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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