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난 게이가 아니다. 원래 그런 짓 하는 사람도 아니고….”
기어이 올 것이 오고 말았다. 공화당 출신 래리 크레이그(62·아이다호주) 미국 상원의원이 지난 6월 체포됐을 당시 경찰 심문 내용을 고스란히 담은 음성파일이 8월30일 공개됐다. “거짓말 말라”는 경관의 경고를 들으며 ‘화장실 사건’을 여러 차례 반복 설명하는 크레이그 의원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이번 소동은 지난 8월27일 미 의회 전문지 의 보도로 시작됐다. 이 신문은 “크레이그 의원이 지난 6월11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공항 남자 화장실에서 옆 칸에 앉아 있던 사복 경관을 ‘유혹’하려다 풍기문란 혐의로 체포됐다”며 “크레이그 의원은 헤네핀 카운티 법원에서 유죄를 인정해 구류 10일에 집행유예 1년과 함께 575달러 벌금형에 처해졌다”고 폭로했다. 보도가 나온 직후 크레이그 의원은 성명을 내어 “사건 당시 경찰이 내 행동을 왜곡했으며, 나는 당시 어떤 부적절한 행동도 하지 않았다”며 “어떻게든 내 선에서 빨리 매듭짓고 싶어서 유죄를 인정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크레이그 의원은 공화당 보수파의 ‘적자’로 불릴 만한 삶을 살아왔다. 아이다호주 미드베일에서 목장주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1974년 일찌감치 정계에 입문해 아디아호주 상원의원으로 활동했다. 1980년엔 연방 하원의원으로 진출했고, 1990년엔 상원의원이 돼 이후 내리 3선을 했다. 상원 진출과 함께 그는 최연소 운영위원장을 지냈고, 공화당 서열 4위인 상원 정책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보수 정객의 아성인 전미총기협회(NRA) 이사로도 장기간 활동해왔다.
그는 동성애를 금지하는 헌법 개정을 지지해왔으며, 동성애자들의 합법적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내용을 뼈대로 한 결혼보호법에도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또 동성애자들의 군입대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공화당 주류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해온 게다. 그럼에도 ‘우군’은 없다. 암묵적으로 정계 은퇴를 촉구하는 부류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내년 재선을 앞두고 있는 노엄 콜먼(미네소타주)·수전 콜린스(메인주) 두 상원의원은 아예 크레이그 의원이 자기들 선거캠프에 기부한 정치자금 2500달러씩을 자선단체에 기부했다고 발표했다. 공화당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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