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성진 기자csj@hani.co.kr
김주현(32)씨는 언어구사가 어려운 뇌병변 2급 장애인이다. 그가 하는 말을 알아들으려면 집중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야 했다. 한 음절 한 음절 힘겹게 발음하면서도 그가 꼭 하고 싶어했던 말은 장애인 야학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것이었다. 김씨가 준비하고 있는 장애인 야학이란 오는 9월 서울 관악구에서 개교할 예정인 한울림장애인야간학교를 말한다.
“지난해 5·31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관악구의원 후보로 출마했는데, 지역사회의 장애인 문제에 대한 무지를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장애인 운동을 지역 의제 차원에서 접근해보면 어떨까 싶어서 그때부터 계속 준비해왔습니다. 선거유세 하면서 곳곳을 다녀보니 장애인에게 정말 살기 어려운 곳이 관악구더라고요.”
사실 장애인 문제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온 사람이라면 김주현이라는 이름 석 자는 그리 낯설지 않다. 이미 대학 재학 시절부터 ‘게르니카’라는 학내 장애인 인권운동 동아리를 이끈 경험이 있다. 졸업 뒤에도 한국뇌성마비장애인연합과 관악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활동했다. 지금은 사단법인 관악사회복지에서 장애인활동지원팀장을 맡고 있다. 물론 9월 장애인 야학이 정식으로 시작되면 그 일에 전념할 생각이다.
김씨는 “야학을 진행할 장소는 겨우 구했는데, 이 일을 하다 보니 정작 장애인들을 만나기가 너무 어려웠다”면서 “조금이라도 활동력이 있는 장애인들은 복지관 등 장애인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지만 집에서 나오지 못하는 장애인이나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은 만나기조차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인터넷 접근이 힘든 장애인들 가운데 보도를 접하고 배움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관악구에는 40~50대 이상의 고령 장애인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은 대부분 사회에서 거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살아오셨죠. 그분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교육을 통해 자신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자기 권리를 되찾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교사나 학생이 많이 부족합니다. 사회가 우리의 문제에 좀더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한울림장애인야간학교는 배우고 싶은 욕구가 있는 장애인이라면 누구에게나 문을 열어놓고 있다. 교육은 9월부터 11월까지 매주 2회씩 모두 46시간 과정으로 진행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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