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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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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젤레 다비드] 지리산의 ‘한옥집 짓는 독일인’

등록 2007-08-03 00:00 수정 2020-05-03 04:25

▣ 남원=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전북 남원 산내면에서 귀농인들을 취재하고 있던 7월17일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조항우 대표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오후에 차 한 잔 하자’는 초대였다. 점심을 먹고 실상사 매표소 근방에 있는 ‘항우공방’으로 들어섰더니 낯선 외국인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밖으로 마중 나온 조 대표에게 눈짓으로 누구냐고 물었더니 독일 친구라고 했다. 공방으로 들어섰더니 식사를 마친 그가 한국어로 떠듬떠듬 차를 한 잔 하겠느냐고 물었다. 공방을 마치 자기 집인 양 편안하게 여기는 태도였다. 조 대표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독일인 목수로 이름은 아이젤레 다비드(29)이며, 한국에 온 지는 5개월 됐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차를 내와 마주앉은 다비드는 프랑스를 떠돌던 중 어느 한국인 여행객을 만나 한국과 인연을 맺었으며, ‘지리산’과 ‘한옥’의 매력에 푹 빠져 석 달 전부터 이곳 산내면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그가 손에 쥔 수첩에는 한국어와 그에 해당하는 영어, 독일어 단어들이 빽빽하게 적혀 있었다. 조항우 대표는 “‘천천히’라는 말을 한마디 들으면 그 반대말은 뭐냐고 물은 뒤 기록해 외우곤 한다”고 귀띔했다. 한국어를 접한 지 5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비결이었다.

다비드는 “여기(서), 한옥집 만들고 있다. 한옥집, 재미있다”며 웃었다. 한옥집의 어떤 점에 재미를 느끼느냐고 물었더니 “나무, 커넥션(연결), 네일(못)”이라고 말한 뒤 두 손으로 ‘×’자를 만들어 보였다. 못을 쓰지 않고 나무와 나무끼리 연결하는 한옥의 건축 방식을 일컫는 몸짓이었다. 독일에서 꼬박 3년 동안 이론과 실기를 겸한 목수 공부를 한 덕에 세계 어디를 가든 일거리를 찾을 수 있는 그에게도 한옥은 꽤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다비드는 한국에 얼마나 더 머물지는 자신도 잘 모른다며 “물처럼 산다”고 했다. 한 나라에 가면 한군데 오래 머물러 살기 때문에 그 나라 말을 잘 배운다고도 했다. 프랑스는 물론이고 스페인, 멕시코, 필리핀을 두루 여행하며 다녔다는 그에겐 거리낌 같은 건 도무지 없어 보였다. 어찌어찌 인연이 닿은 악양(경남 하동)의 박남준 시인은 그에게 ‘다빛나’라는 한국 이름을 지어줬다고 한다. 한국과 맺은 인연이 오래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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