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꽃미남 감독. 이달 말 데뷔작 을 개봉하는 신예 감독 이권(33)씨를 주위 사람들은 이렇게 불렀다. 배우 같은 귀공자 용모에 구레나룻을 기른 이 감독의 첫 작품이 생뚱맞게도 미술사학계에 화제를 뿌리고 있다. 알고 보니 그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문화재 명문가의 장손. 외할아버지가 초대 국립중앙박물관장을 25년간 역임한 김재원(1909~90) 박사이며, 어머니는 고대 불교미술 연구로 명망 높은 미술사학자인 김리나 전 홍익대 교수, 이모가 서양 현대미술사가인 서울대의 김영나 교수다. 아버지는 외교통상부에서 평생 봉직한 직업 외교관이다. 학자 집안에서 자랐지만 그의 경력은 가족들과 완전 딴판이다. 만화광인 그는 뮤직비디오, 영화 예고편, 모션그래픽의 달인이다. 90년대 말부터 을 보조연출하고, 달파란과 어어부밴드 뮤직 비디오를 찍었다. 2002년 찍은 단편영화 는 국내외 관련 영화제를 휩쓸었다. 자식의 진로에 간섭하지 않는 집안 분위기 덕분에 큰 갈등은 없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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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각 고교의 대표 꽃미남들이 차례로 테러를 당하자, 테러 대상으로 지목된 다른 꽃미남들이 범인을 찾아나선다는 미스터리 코믹극. 10대들의 학교 괴담을 2000년대 분위기에 맞게 각색하고 스타 가수들을 캐스팅한 이 작품은 그가 앞서 집요하게 첫 개봉작으로 연출을 준비했던 시리즈와도 맥이 닿는다. 그는 내내 즐겁고 유쾌하게 아이들과 놀며 작업했다고 말한다. “어릴 적 어머니 손 잡고 거의 매주 절 답사를 다녔거든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우리 고유의 것, 뭐 한국적 정체성이랄까요, 이런 걸 찾는 습관이 있어요. 이번 영화에서도 애들이 연기하는 배경으로 팔각정을 끼워넣은 것도 그런 무의식적인 생각이 작용하지 않았나 싶어요.” 지난 4월 크랭크인했던 의 개봉일은 7월26일. 그는 개봉일을 앞두고 마지막 필름 작업에 여념이 없다. “계획요? 스릴러 등 여러 장르를 다양하게 하고 싶어요. 제 일은 어머니의 학문과는 거의 관계가 없지만 우리만의 정체성과 창의성을 지키는 건 제 작업에서도 소중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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