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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세계의 석학들, 어서 오세요

등록 2007-06-22 00:00 수정 2020-05-03 04:25

▣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왜 그런 일에 앞장서냐고요? 그냥 하고 싶어서죠.”
미국 컬럼비아대 미술사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유학생 김영준(38·청추예술사학회 대표)씨는 픽 웃었다. 요즘 그는 자기 돈 털어 외국 인문학 석학들을 국내로 초청하는 사업에 빠져 있다. 이달 초 초청한 세계적인 인도미술사가 데헤자 컬럼비아대 교수의 강연은 화제를 뿌렸다. 데헤자 교수는 6월7일부터 강우방(이화여대), 문명대(전 동국대), 이주형(서울대) 교수 등의 국내 미술사가들과 공동 강연을 하고, 경주 유적을 열광 속에 답사했다. 6월 13~14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대중 강연도 했다. 인도미술사가가 방한한 것도 드문 일이지만, 외국 석학이 장기 강연 프로그램을 국내 미술사가들과 같이 진행한 것은 처음이다. 김씨는 뒤이어 현대 건축 담론의 대가인 케네스 프램턴 컬럼비아대 석좌교수와 마르코 미첼리스 베네치아 건축대학장 등 건축 석학 3명도 데려온다. 6월19일 오전 열리는 서울대 건축학과-청추 건축역사포럼의 발표·토론자로 초청했다.

“초청 섭외와 관련 비용을 거의 모두 부담합니다. 데헤자 교수 초청 강연의 경우 지난 연말부터 국내 주요 학자들과 일일이 만나 공동작업을 요청했습니다. 올 초 청추예술사학회를 결성한 것도 국내외 석학의 초청을 알선하고 국내외 인문학 담론 교류를 주된 목적으로 삼기 위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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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젊은 연구자가 홀로 국내외 인문학 교류의 다리를 잇겠다는 걸까. “두 가지 목적이 있다”는 대답이다. “해외에 못 나가는 학생, 연구자들에게 최신 담론을 접할 수 있는 혜택을 주려는 것이 첫째고, 다른 하나는 초청한 외국 석학들이 이 땅의 문화유산들을 최대한 많이 보고 연구 대상으로 관심을 갖게 하려는 문화외교적 구실이죠. 데헤자 교수도 경주 유적에 푹 빠져 요약 리포트를 달라고 하더군요.”

교류 프로젝트는 기실 12년 전 돌아간 부친의 유지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광산 김씨 선비의 집안에서 자라 사업가로 막대한 유산을 물려준 부친이 어릴 적부터 학자들을 도와야 한다며 출판 장학사업을 염두에 두라고 하셨습니다. 항상 그 말씀을 새기고 있습니다.”

수학도였다가 중퇴하고 유학해 서양 미술사로 공부길을 튼 그는 르네상스 이탈리아 미술사를 연구 중이다. 박사논문을 쓰는 내년에도 뉴욕현대미술관(모마)의 건축기획자 초청포럼, 브란쿠시 같은 현대 조각가 전문 연구자들의 초청 강연을 계속 추진할 생각이다. 물론 모두 그의 사비로 충당하는 사업이다. 그는 “가급적 범학계 차원에서 행사를 추진해 많은 이들이 혜택을 누렸으면 좋겠다”며 “미술사를 중심으로 인문학 장학재단을 세우는 것이 필생의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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