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기이한 인연, 특이한 짝꿍.’ 세계적인 호텔 재벌가의 상속녀이자 패션모델로 숱한 화제를 뿌린 패리스 힐턴(26)과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루이스 리비(56).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 묘한 인연으로 비교 대상이 돼 화제다. ‘인연’의 정체는 다름 아닌 ‘감방의 문턱’이다.
지난 6월5일 미 워싱턴 지방법원은 위증과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이미 유죄 평결이 내려졌던 리비 전 비서실장에게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25만달러란 중형을 선고했다. 그는 이라크전 반전 여론을 무마하는 과정에서 미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의 신원을 폭로한 ‘리크게이크’ 사건 연루 혐의로 기소된 유일한 인물이다. 이보다 이틀 앞선 6월3일 힐턴은 로스앤젤레스 트윈타워 구치소에 제 발로 들어섰다. 지난해 9월 음주운전 단속에 걸려 면허가 취소된 뒤에도 두 차례나 무면허 과속운전을 즐기던 힐턴은 45일 구류형에 처해진 바 있다.
두 사람의 비교 포인트는 ‘공통점’이다. 지난 3월 유죄가 확정된 직후 최후진술을 하던 리비는 회한의 눈물을 떨궜고, 지난 5월 구류형을 선고받은 힐턴은 애교 섞인 울먹임으로 응수했다. 자기 삶을 ‘소설’로 승화한 자서전을 남겼다는 것도 두 사람의 공통분모다. 리비 전 실장이 언론에 자신이 신원을 흘린 정보국 비밀요원 발레리 플레임의 이름을 모른다고 잡아뗀 것처럼, 힐턴 역시 “내가 법적으로 운전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알지 못했다”고 버텼다. 수감생활을 앞두고도 두 사람은 한목소리로 “갇혀 있는 동안 내적 성찰에 집중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내비쳤으니, 이쯤 되면 보통 인연은 넘는 셈이다.
하지만 한 가지 결정적 차이점이 두 사람의 ‘운명’을 갈라놓았다. 수감된 지 사흘 만에 ‘공개할 수 없는 의학적 이유’로 풀려난 힐턴은 전자감시장치를 단 채나마 자신의 저택에 ‘연금’되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변호인단이 항소기간에 형 집행유예를 요청했지만,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리비 전 실장은 앞으로 한두 달 새 연방교도소 신세를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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