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경북 경주시 충효동 경주초등학교 4학년 3반 반장은 파란 눈을 가진 금발의 소녀다. 반장 엠마(10)양은 이번 학기 초에 반 어린이 35명 중에서 7명이 출마한 반장 선거에서 9표를 얻어 당선됐다. 엠마양이 내건 공약은 천진난만했다. “반장이 돼서 훌륭한 반을 만들고 청소와 쓰레기 줍기에 솔선수범하며 친구와 친하게 지내겠습니다.”

지난 2001년 한국인과 결혼한 엄마(니콜·33)를 따라 캐나다에서 경주로 온 엠마는 2005년 2학년 2학기부터 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 밝고 쾌활한 성격을 가진 엠마는 공약처럼 궂은일을 도맡아 하면서 친구들로부터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한국어가 서툴러 반장 출마 연설은 영어로 했다고 한다. 오히려 영어로 연설한 것이 반장 당선의 비결이 된 것일까? 특히 영어수업 시간에 엠마는 그야말로 인기 짱이다. 발음이 좋고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기 때문이다. 담임 이옥순 교사는 “엠마는 친구들한테 친절하게 잘하고 활발해 귀여움을 받고 있다”면서 “반장으로서 청소활동에 솔선수범하고 학급회의나 아침 독서시간도 잘 이끌고 있다”고 칭찬했다. 엠마는 수업 때마다 반 아이들을 위해 지구의, 과학실험 도구 등 부교재를 꼼꼼히 준비한다.
집에서 엠마는 맏딸인데 부모는 영어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엠마양의 아버지는 “처음에 외국인 학교를 알아봤으나 마땅한 곳도 없고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에서 일반 초등학교에 보냈다”면서 “낯선 곳에서 적응해주는 것만 해도 고마운데 반장까지 돼 학교 생활을 잘해주니 너무나 대견스럽다”고 말했다. 엠마의 꿈은 태권도 선수로 국가대표 마크를 다는 것이다. 현재 검은 띠(1품)다. 그림을 잘 그려 예전에는 예술가가 되는 것이 희망이었으나 이제는 태권도에 푹 빠져 도장을 빼먹지 않고 열심히 다니고 있다.
엠마양은 친구들과 한국말로 이야기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아직 어려운 단어를 이해하는 것이나 글로 쓰는 건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책을 열심히 읽으며 한국어를 빨리 익히려 애쓰고 있다. 남학생들이 짓궂은 장난을 걸 때면 미소로 응수해 ‘살인미소’란 별명을 얻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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