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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형] ‘윈모아-윈모아’ 협상을 하라

등록 2007-05-04 00:00 수정 2020-05-03 04:24

▣ 김창석 기자 한겨레 교육사업부 kimcs@hani.co.kr
▣ 사진·정수산 기자 jss49@hani.co.kr

몸싸움, 대화 단절, 밤샘협상 끝 결렬…. 한국 신문들에 자주 등장하는 표현들이다. 대화와 타협을 통한 협상보다는 ‘끝까지 가서 결판을 내는’ 방식의 문제 해결을 더 깔끔하게 생각하는 경향도 짙다. 민사소송을 해도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받아야 결국 승복하는 이들이 많다. 같은 민족이어서일까. ‘벼랑 끝 전술’은 북한 외교의 대표 브랜드가 돼버렸다.

김성형 한국협상아카데미 대표는 한민족의 유전자에 협상력이 부족한 까닭에 대해 “흑백논리·양자택일 이데올로기의 내면화, 일사천리로 일을 처리하는 조급성, 이의를 제기하거나 토를 다는 것에 짜증을 내는 문화 등이 일상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협상을 문제 해결의 합리적인 방식으로 보기보다는 ‘야합’ 정도로 보는 시각도 문제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사실 협상은 인간이 살아가는 기본 원리죠. 아이를 잠자리로 데려갈 때, 부동산을 사고팔 때, 더 많은 연봉을 받으려고 할 때 등 우리의 일상은 협상의 연속입니다. 문제는 협상력이 타고나는 게 아니라 길러지는 것이라는 점이죠. 각 분야의 여론주도층이 규칙적으로 협상 교육을 받는 서구 선진국이 협상에 강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는 모든 분야에서 협상 전문가를 체계적으로 길러내는 것이 협상의 대중화를 이룰 지름길이라고 믿는다. 이를 위해 5월19일부터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협상실무자 양성과정 강의를 시작한다. 협상 전문가인 미국의 하버드경영대학원 마이클 왓킨스와 오하이오주립대 레위키 교수 등의 협상 이론과 세계적인 협상 전문가 양성기관인 영국 TNA(The Negotiation Academy)의 실습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강의를 할 계획이다.

“사실 ‘윈윈’(win-win)은 게으른 협상 방법입니다. 21세기에는 ‘윈모아-윈모아’(win more-win more) 협상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마주 보고 협상할 게 아니라 협상 상대의 신뢰를 얻어 내 옆으로 오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데 비정부기구는 여전히 거리 투쟁을 선호하고, 정부 역시 법이나 제도 등 전통적인 힘에만 의존합니다. 아직 갈 길이 멀죠. 협상력을 높이는 것은 개인이나 조직, 국가의 품격을 한 단계 높이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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