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은주 기자 flowerpig@hani.co.kr
기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이성적이고 냉정해야 하는 ‘기록자’이지만, 가끔은 취재원 때문에 가슴이 뭉클하고 훈훈해질 때가 있다. ‘장애인의, 장애인을 위한, 장애인에 의한’ 삶을 사는 변상화(32)씨가 그런 경우다. 변씨는 주중에는 인천 창영초등학교에서 장애아를 맡는 교사로서, 주말에는 교회에서 장애 청년을 위한 사역자로서 365일 장애인과 함께 생활한다.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그는 손사래를 친다. “아이들 덕에 오히려 제가 기쁘고 행복해지니 아이들이 고맙죠.”
아이들 때문에 행복하다는 변씨지만, 처음부터 장애아를 가르치는 교사였던 것은 아니다. 그는 원래 물리치료사였다. 물리치료사로서 중복장애인을 위한 복지센터인 여주 ‘라파엘의 집’에서 일하게 되면서 꿈은 바뀌었다.
“그전에는 하고 싶은 일이 없었는데,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평생 그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됐어요. 그래서 교사직에 도전하게 됐죠.”
그러나 꿈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특수교육학을 공부하려고 편입을 준비했지만 시험에 떨어졌고, 결국 물리치료사 일을 병행하면서 방송통신대학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2003년 한 대학의 특수교육학과에 편입하고나서야 교사의 꿈을 실현할 수 있게 됐다.
“일반인에게 쉬운 가위질도 소근육을 쓰지 못하는 장애아들에게는 어려운 일입니다. 불가능할 것만 같은 일을 아이들이 해냈을 때의 기쁨이란! 한계를 조금씩 극복해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은 정말 예뻐요.”
그렇다고 아이들과의 생활이 마냥 기쁘고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변씨는 “장애로 몸이 불편한 것뿐만 아니라 가정환경이 좋지 않은 아이들이 많고, 비장애아들이 주류인 일반학교에서 장애아들이 생활하기에 녹록지 않은 부분이 많아 학교에서 느낀 절망감도 컸다”며 “이런 상황에서 교사로서 해줄 수 있는 부분이 미약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자폐 성향이 심해 자해 행동을 하는 민수 때문에 가장 많이 울었다”며 올해 전학을 간 민수를 여전히 걱정했다.
“장애인 등 소외된 사람을 돕고 살자는 출발선 자체가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장애를 갖지 않은 사람들의 몫을 빼서 장애인을 돕는 게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장애인들의 몫을 뺏고 있는 것일 수도 있어요. 우리가 고정관념을 깨고 아이들을 만나면 일반인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매력과 경이로움을 볼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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