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한 영향력의 거대 법률기업 ‘김앤장’을 토론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폐쇄적으로 사무실 운영하며 외국투기자본 도와 국부 유출에도 앞장서”
▣ 글 류이근 기자ryuyigeun@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민경한(50)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법위원회 위원장은 김앤장을 한마디로 “법조계의 삼성”이라고 말했다. 김앤장은 국내 최대 ‘로펌’이다. 국내외를 다 더하면 변호사가 345명에 이르고, 변리사·공인회계사 등을 포함하면 직원이 1500명(고문은 제외)에 달하는 하나의 거대한 ‘법률 기업’이다. 김앤장 스스로도 “국내 최대 규모의 가장 저명한 종합 법률사무소”라고 홈페이지에서 밝히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국내 최대 로펌으로만 얘기하고 끝낸다면 김앤장을 제대로 소개했다고 볼 수 없다. 삼성을 제대로 보려면 대한민국이 키워낸 세계 최고의 글로벌 기업의 하나로 삼성을 먼저 꼽을 수도 있겠지만, 무노조·세습 경영·기업지배 구조 등의 문제점과 ‘삼성 공화국’으로 상징되는 삼성이 갖는 엄청난 권력을 동시에 봐야 한다. 민 변호사가 김앤장을 삼성에 비유하는 것도, 김앤장을 삼성과 같은 하나의 거대 권력으로 보기 때문이다.
“거대권력에 감시와 비판은 당연”
‘거대권력?’ 적어도 그가 김앤장을 거대권력으로 보는 근거들은 이렇다. “공정거래위원회나 국세청의 고위 공직자들을 대거 영입하고, 정부 부처나 산하 위원회, 민간에 법률 자문을 해주면서 법률 및 법령의 입안이나 제·개정 등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분쟁 규모가 큰 사건들을 상당 부분 선임하고, 투기자본 세력들이 우리나라 금융기관이나 대기업을 인수하는 데 많은 건을 자문하고 대리하고 있다.”
그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특정 로펌을 대상으로 토론회까지 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 아니냐?’ 그의 대답은 명쾌했다. “거대권력은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이 될 수도 있고 삼성이나 현대 등 재벌이 될 수도 있다. 김앤장은 단순한 하나의 로펌이 아니라 법조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거대 법률기업이다. 거대권력이 부당하게 행사되는 것은 당연히 비판하고 감시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왜 하나의 법률사무소에 불과한 김앤장에 ‘비판적’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지난 3월6일 국회에선 임종인 의원(무소속) 주최로 ‘한국 사회의 성역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문제점과 대안 토론회’가 열렸다. 법률사무소 하나를 대상으로 국회에서 토론이 이뤄진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한다. 김앤장을 공론의 장에 올려놓고 토론해야 할 만큼 김앤장이 지닌 권력과 문제점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임 의원은 사석에서 기자에게 “동료 의원들로부터 격려가 아닌 ‘임 의원! 그러다 소송당하겠어, 조심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김앤장은 두려운 존재이기도 하다. 이날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 정책위원장은 발제자로 나서 A4지 120장이 넘는 분량으로 김앤장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냈다. 다섯 명의 인사들이 토론자로 나섰지만 가장 눈길을 끈 인물은 민경한 변호사였다.
토론회에 나가기 전 김앤장에 시달려
다른 직업도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변호사가 동종 업계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군다나 영역이 좀 다른 법원이나 검찰의 문제점이 아닌 같은 변호사 업계, 그것도 ‘대표주자’의 문제를 비판한다는 것은 더욱 고된 일이다. 그도 “법조인들이 법원, 검찰, 변호사 제도나 사람에 대한 비판이나 토론 등을 싫어하는 분위기가 있다. 폐쇄적이고 동종 업계의 제 식구 감싸기 같은 게 있다”고 말한다. 한국 사회에서 질기게 작용하는 지연과 학연은 기본인데다, 법조인들은 사법연수원, 사시 선후배로 촘촘히 엮여 있는 탓이다. 그에게 김앤장은 하루아침에 던져진 토론회 주제가 아니다. “론스타 사건이 터지기 전부터 민변 회원이나 회원 아닌 법조인들로부터도 김앤장의 실상과 문제점을 한번 파헤쳐보라는 요청을 여러 차례 받았다.” 이러한 주변의 권고가 없었더라도, 김앤장에 대한 문제의식은 그의 삶에서 자연히 싹튼 측면이 크다. 변호사로서 그는 지난 18년 동안 끊임없이 사법개혁을 외쳐왔다. 그의 주장은 그동안 여러 매체에 기고한 글을 모은 책 에 오롯이 녹아 있다. 특히 지난해 5월부터 민변의 사법위원장을 맡으면서 사법개혁을 외치는 그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잦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우리나라 최대이자 최고의 로펌이란 곳이 너무 폐쇄적이고 특이한 형태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며 “김앤장이 해외 투기자본들이 우리나라의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을 인수하는 데 한두 건이 아니라 여러 건을 맡는데다 많은 고위 공직자를 고액의 연봉을 줘가며 채용하는 것을 보면서 의문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여느 토론회와 달리 그는 토론회에 나가기 전 김앤장의 집요함에 시달렸다. 민변에도 활동은 거의 안 하지만 김앤장에 속한 변호사가 3명 있다. 이들 중 한 변호사가 민변 집행부에 ‘민변에서 그런 토론회에 나가도 되느냐?’며 항의성 메일을 보냈다. 또 김앤장 관계자가 민변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앤장 소속 중견 변호사가 세 차례나 그의 사무실을 찾아왔고, 김앤장의 의견을 담은 해명성 자료를 놓고 갔다. 그렇다고 그의 토론 참가나 자세가 달라지진 않았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의 중심
이날 토론회에서 제기된 김앤장의 문제점과 언론 보도는 임종인 의원의 인터넷 홈페이지(www.wedream.or.kr)에 잘 소개돼 있다. 민 변호사는 김앤장이 ‘법률적으로는 민법상 조합인데 외형상으로는 법무법인처럼 행세를 하고 실질은 개인 회사와 마찬가지다’라는 장화식 정책위원장의 지적에 동의하면서 “이런 특이한 형태를 취하는 것은 쌍방대리를 가능하게 하고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서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 김앤장은 진로의 법률자문을 맡고 있다가, 비밀유지 협약을 위배하고 대주주가 된 골드만삭스의 계열사 세나가 진로에 대한 회사정리 개시신청을 한 것을 수행했다. 그는 “상도의나 법적 정의관념에 비춰보면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 매입, 뉴브리지캐피털의 제일은행 인수, 칼라일의 한미은행 인수, 론스타와 국민은행 간의 외환은행 매각 협상, SK와 소버린 자산운용의 경영권 분쟁, 진로의 파산과 골드만삭스의 인수 등 외국계 사모펀드의 국부 유출의 중심에 항상 김앤장이 있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국내 최대, 최고 로펌이 국부가 해외 투기자본 자본에 의해 유출되는 사건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것이 과연 법조 윤리상 타당한 것일까?”라는 의문을 던졌다. 법조 윤리나 국민 정서상 맞지 않다는 얘기다. “변호사는 선임 대상에 제한이 없다. 하지만 대법원장이나 대법관 출신이 조폭 사건을 한두 건 할 수 있을진 몰라도, 여러 건을 한다면 과연 어느 국민이 납득하겠냐!”
그는 인터뷰를 마치며 기자에게 “김앤장이 보통 (만만한) 데가 아니다. 용어나 사실관계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기자가 기사를 쓸 때 응당 알아서 그래야 하겠지만, 취재에 응하는 사람한테서 이런 부탁을 듣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는 인천을 거쳐 광주에서 터 잡고 오랫동안 변호사 생활을 해왔으며, 지난해 서울로 올라왔다. 미국에서 1년 동안 노동 사건을 공부하기도 했고, 개혁적인 성향의 변호사들이 주축인 민변에서 16년째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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