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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가만가만, 꿈꾸듯 노래한 한강

등록 2007-02-09 00:00 수정 2020-05-03 04:24

▣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한강이 노래를 불렀다. 의 소설가 한강(37)이 말이다. 작사, 작곡에 노래까지 한 10곡을 담은 음반을 내며 본격적으로 ‘데뷔’했다. (비채 펴냄)라고 붙인 책은 ‘부록’이고, 책의 뒤편 연보라색에 싸인 CD 한 장이 ‘본편’이다.

“이런 얘기를 하면 신기(神氣) 있다 그러는데, 저는 전혀 그런 사람은 아니거든요” 하면서 꺼내놓은 이야기에 따르면 그의 노래는 꿈속의 한 소절에서 시작되었다. “예전에 시를 쓸 때(그는 1993년 겨울호에 시를 쓰면서 데뷔했다) 가끔 그런 때가 있긴 했는데… 꿈에서 노래를 듣고, 그 노래 한 토막의 전체 모양은 어떨까 생각하다가 노래가 만들어졌어요.” 이렇게 시작되어 중얼거리다가 흥얼거리다가 만들어진 곡이 10곡, 20곡에 이르게 되었다. 그는 악보다 생각하고 테이프에 ‘가만가만’ 노래를 녹음했다.

지인들에게 안부 인사를 하면서 노래 를 첨부해 보냈는데, 이것을 들은 비채의 이영희 사장이 음반을 내자고 했다. “재미로 내서도 안 되고 혼자 부르고 말면 되지 싶어서” 망설여졌다. 그때 콘서트의 가사를 써주면서 알게 된 한정림씨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른 사람에게 노래를 부르게 하자고 한강은 제안했지만, 한정림씨는 한강 자신이 불러야 한다고 고집했다. 이 음악 선생님은 혹독했다. 많이 부를수록 매끄럽게 되는 걸 염려해 스튜디오에서 ‘한 타임’이라고 하는 3시간을 빌려서 녹음을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제일 처음 노래는 마음에 걸려서 다시 하고 싶었는데 그대로 나갔다. 그래서 8번 트랙 에서 ‘사랑’을 말하는 음은 떨리고 1번 트랙의 눈물이 흐르는 뺨을 닦아주는 손이 옆에 있는 듯 실감난다.

“콘서트도 하셔야죠”라고 했더니 “전혀 그럴 생각 없는데 만나는 분들이 많이 그러시네요. 좁은 공간에서 아는 사람 몇 명과 함께 여는 콘서트도 좋을 것 같아요”라고 소박한 웃음을 짓는다. 조만간 기분 좋은 콘서트 소식을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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