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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정] 나를 회사로, 김명호를 대학으로!

등록 2007-02-03 00:00 수정 2020-05-03 04:24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내가 하고 싶은 일이었는데 김명호 교수님이 하셨어요. 언젠가 위협용 장비를 사려고 재래식 시장을 가기도 했습니다.” 이런 사실을 허탈한 웃음으로 털어놓은 사람은 ‘사법 피해자 모임’ 정국정(44) 총무(전 LG전자 직원)다. 지난해 12월 ‘제6회 투명사회상’을 받기도 했던 그는 지극히 현실적인 사정 때문에 ‘위협’을 포기해야 했다고 한다. “회사 대표와 검사, 판사 등을 한자리에서 만나야 뜻을 이루는데 내가 그것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겠어요.”

그는 공익제보자(내부고발자)로서 10여 년의 세월을 ‘아프게’ 지내고 있다. “회사와 하청업체 사이의 납품 비리 의혹이 있어서 사내 감사팀에 고발했죠.” LG전자 서비스엔지니어로 지내던 1996년의 일이다. 곧바로 실시한 조사에서 고발 내용은 사실로 드러났다. 그것이 승진에 밀리고 대기발령을 받는 등 인사상 불이익을 당하며 ‘왕따’로 내몰리는 이유가 될 것으로 상상이나 했겠는가.

하지만 그는 2000년 2월 해고통지서를 받고 기나긴 법정 다툼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주주총회를 앞두고 복직합의서를 쓴 회사 쪽은 ‘언제까지 복직시키겠다’는 표현이 없다고 합의서를 휴지 조각으로 만들고, 나를 왕따시키라는 내용의 ‘왕따 메일’을 쓴 사람이 진술서를 썼는데도 법정에서 위증을 하도록 하더군요.” 그가 8년여 동안 검찰과 법원에서 겪은 일들은 사법 피해의 교본으로 모자람이 없을 듯하다.

“직접 경험한 사법 체계는 ‘합법적인 살인자’일 뿐이었어요. 그러니 김 교수님 사건이 남의 일처럼 여겨지겠어요.” 그는 2005년 여름 1인시위 중인 김 전 교수를 만났다. 그 뒤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사법 피해자 모임에서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대법원 정문을 지키던 김 전 교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김 전 교수도 경찰서에서 작성한 쪽지를 통해 사법 피해자 이름을 일일이 적어 ‘국민저항권’이 자신만의 일이 아님을 밝히기도 했다.

“어떻게든 교수님을 돕고 싶어요. 가족을 미국에 두고 혈혈단신 귀국한 교수님이 도망갈 데가 어디 있겠어요. 그런데도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괘씸죄’ 때문이겠지요. 성균관대 학생들의 탄원서라도 받아 불구속 상태에서 교수님이 재판을 받도록 하고 싶어요.” 그의 소송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태다. 해고통지서를 받고도 회사에 복직하겠다는 생각에 퇴직금 수령도 거부한 그다. “나는 회사에 돌아가고, 교수님은 대학으로 가는 날까지 싸워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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