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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풀리지 않는 실타래

등록 2007-02-03 00:00 수정 2020-05-03 04:24

<font color="darkblue"> 노조, 1월22일 직장폐쇄 뒤 건물 앞에 거리 편집국 차리고 천막농성… 가장 큰 쟁점인 편집권을 바라보는 노사 간 시각차는 좁혀지지않아</font>

▣ 글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wjryu@hani.co.kr

김훈은 연방 담배를 물었다 뗐다. 연기가 천막 밖으로 빠져나가면서 드러난 그의 눈빛은 분노였다. 터질 듯했다.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해서였는지 입을 떼지 않았다. 스타의 한마디를 기대하고 몰려온 팬처럼 인터뷰를 노리고 찾아온 기자에게 그는 “미안하다”는 말만 남기고 천막농성장을 떠났다.

김훈 전 편집장 “청춘을 바친 잡진데…”

저자로 더 많이 알려진 김훈 전 편집장은 1월25일 그가 7년 전 매일 드나들었던 편집국에 갈 수 없었다. 서울 충정로1가 청양빌딩 안에 있어야 할 편집국은 건물 바로 앞 ‘직장폐쇄에 맞선 임시 거리 편집국’이란 초라한 간판을 단 천막농성장에 옮겨져 있었다. 회사 쪽에서 직장폐쇄를 하면서 건물 밖으로 쫓겨난 후배 기자들이 있는 곳이다. 막내뻘인 고재열 기자는 천막 안 난로에 올려놓을 물주전자를 날랐고, 고제규 기자는 건물 지하에서 인터넷 랜선을 손보느라 바빴다. 길거리로 내몰린 후배들은 김훈 선배가 찾아와준 것만으로도 고마워했다. 후배들은 김훈이 “내 청춘을 바친 잡지인데, 후배들이 그 어려운 시기도 넘기면서 지켜온 제호인데…”라며 흘린 눈물을 미리 전해들었다.

김훈은 사태에 분노했다. 그리고 사태는 회사 쪽이 1월22일 오후 1시 직장폐쇄를 하면서 낭떠러지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기자들에게 회사 편집국은 출입금지의 영역이 됐다. 직장폐쇄는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을 내쫓고 임금을 지급하지 않음으로써 노동조합을 압박하는 사용주가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쟁의 수단 가운데 하나다. 직장폐쇄란 게 기업에서 간혹 노사가 극한 대립으로 치달을 때 볼 수 있지만, 언론사에선 선례를 찾아보기 드물다. 그만큼 사태의 실타래가 꼬여 있다.

박경환 서울문화사 상무는 1월23일 에 “편집권은 편집인에게 있다. 그건 경영권 문제”라고 말했고, 안철흥 노조위원장은 “편집권은 편집국 또는 회사가 일방적으로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편집인, 발행인, 기자들이 공유하는 것으로 노사 합의를 통해 편집권이 회사 쪽의 일방적인 권한이 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금창태 사장(발행인 겸 편집인)이 삼성 이학수 부회장 관련 기사를 삭제하면서 비롯된 사태는 파업에 이어 직장폐쇄로 커지고 있지만, 가장 큰 쟁점인 편집권를 바라보는 노사 간 시각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잡지의 내용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에 대한 생각차도 그만큼 크다. 사쪽은 “내용이 (898호) 전보다 좋다는 의견도 있다”고 상황을 해석했다. 회사는 ‘짝퉁’이란 비판을 받는 899호, 900호, 901호에 이어 1월29일 발행된 902호도 외부 인사로 꾸려진 편집위원들과 기사 공급계약을 맺은 언론사의 기사, 외고 등으로 메웠다( 644호 참조).

공중파의 9시 뉴스, 사태 보도

노조가 이미 노동부에 편집위원에 의한 발간은 불법 대체 근로라고 고발해놓은 상태지만, 회사 쪽은 대체 인력을 계속 활용할 계획이다. 연달아 커버스토리를 쓰면서 정치적 편향성과 자격 논란을 불러일으킨 김행 전 여론조사전문기자(전 국민통합21 대변인)는 CBS 에 출연해 “기자와 회사 쪽이 대화할 수 있도록 정간의 위기를 막아주는 역할로 우리를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태에 대한 관심이 넓게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태가 언론에 처음으로 보도된 건 지난해 9월26일 한국방송의 를 통해서다. 석 달이 지나서야 언론이 관심을 가졌다. 그러던 게 1월25일엔 공중파 방송인 한국방송과 문화방송의 9시 뉴스에 나간 것을 비롯해 이날 하루 만에 모두 9건의 신문·인터넷·방송 보도가 나왔다.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가졌다. 열린우리당은 당 내부 문제로 정신이 없는 판인데도 시사저널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정청래 의원)를 꾸리기로 했다. 정청래 의원은 “기자들이 쓰지 않는 기사로 엮어진 은 의 정신과 혼이 빼앗긴 채 나오는 ‘시체저널’”이라고 말했다.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 또 어떤 조건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심상기 회장은 와의 인터뷰에서 “사태가 빨리 수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자들과 의 내일을 걱정하는 모든 이들이 원하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기자들은 편집권이 보장되지 않는 로 다시 돌아갈 순 없다는 태도다.

26일부턴 프레스센터에서 농성

자본에 쫓긴 기자들이 차린 임시 거리 편집국은 거리에서 또 한 번 ‘자본’에 밀려났다. 인도 옆 천막을 세운 곳의 절반 이상이 건물주의 사유지라는 것이다. 2박3일의 천막농성도 26일 밤 8시부터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사무실 한켠으로 자리를 옮겼다.

<table width="480" cellspacing="0" cellpadding="0" border="0"><tr><td colspan="5"></td></tr><tr><td width="2" background="http://img.hani.co.kr/section-image/02/bg_dotline_h.gif"></td><td width="10" bgcolor="F6f6f6"></td><td bgcolor="F6f6f6" width="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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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고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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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darkblue">기자들의 큰 우군 ‘시사모’와 ‘공대위’</font>

기자들이 외롭게 싸우는 건 아니다. ‘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시사모)이 있어서다. 시사모는 지난해 10월16일 발족했다. 객원 논설위원인 고종석씨와 문화비평가 이재현씨가 공동대표다. 독자들로 꾸려진 시사모는 발족 성명서에서 “기사에 대한 편집국의 판단을 존중하지 않고, 과격한 방식으로 편집국을 길들이려 하는 경영진의 태도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그리고 저널리즘 전반이 자본에 포섭돼가고 있는 이 시점에 마저 그 대열에 낄 조짐을 보이는 것을 애석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시사모의 회원 수는 1월25일 자정 기준으로 1065명에 이른다.
시사모의 운영위원을 맡은 조형근(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선임연구원)씨는 1월24일 ‘나도 고소하라!’란 글을 시사모 인터넷 홈페이지(www.sisalove.com)에 올렸다. 그는 글에서 “ 기자 없이 만들어진 은 짝퉁이다! 독자에게 진짜 을 돌려달라”고 썼다. 그가 ‘자발적 피소 운동’을 펴고 동참을 호소한 까닭은 금창태 사장이 에 릴레이 기고를 한 서명숙 전 편집장과 고재열 기자, 를 고발하겠다고 밝혀서다. 서 전 편집장 등이 899호를 ‘짝퉁’이라고 부르는 등 회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게 회사 쪽의 주장이다. 자발적 피소 운동은 ‘진짜 ’의 한 애독자로서 조씨의 회사 쪽에 대한 저항이자, 기자들과의 연대다. 말로만 그치는 게 아니라 후원금 모금(후원계좌 농협 079-02-250867, 예금주 조형근, 문의 remineur@chollian.net)을 통해 소송도 도울 계획이다.
시사모보다 나흘 앞서 기자협회·민언련·언론노조 등 22개 단체가 모여 출범한 ‘ 편집권 독립과 정상화를 위한 시민사회단체·언론단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도 기자들의 큰 우군이다. 공대위는 금창태 사장이나 실질적 사주인 심상기 서울문화사 회장이 노조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줄기차게 촉구해왔고 양쪽의 중재에도 애써왔다. 공대위는 1월25일 서울 한강로 서울문화사 앞에서 ‘시사저널 직장폐쇄를 규탄하는 시민사회·언론단체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짝퉁 ’ 발간을 장기화하고 독자들을 떠나게 함으로써 기자도 독자도 없는 매체로 몰락을 자초하는 길”이라고 회사 쪽의 직장폐쇄를 비판했다. 그리고 회사 쪽이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경우, “모든 시민사회단체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짝퉁’의 취재에 협조하지 않는 운동을 펼치고 ‘짝퉁’을 읽는 것, 기고하는 것, 취재에 협조하는 것이 양식 없는 일이 되는 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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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td width="10" bgcolor="F6f6f6"></td><td width="2" background="http://img.hani.co.kr/section-image/02/bg_dotline_h.gif"></td></tr><tr><td colspan="5"></td></tr></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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