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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순] 넥타이로 정·재계를 사로잡은 여인

등록 2007-01-20 00:00 수정 2020-05-03 04:24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히딩크 넥타이, 한명숙 국무총리가 사용하는 무궁화 무늬의 스카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유엔 문양 넥타이, 강금실 전 서울시장 후보의 보랏빛 스카프…. 모두 디자인 회사 누브티스의 이경순(50) 대표가 만든 것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태극과 팔괘를 모티브로 해 만든 히딩크 넥타이는 ‘행운의 넥타이’라는 별칭을 얻었고, 이 대표는 ‘넥타이 아줌마’로 불렸다. 사실 웬만한 정·재계 인사치고 이 대표가 디자인한 넥타이나 스카프를 안 해본 사람이 없다.

황영기 우리금융 회장은 삼성증권에 근무하던 시절 주가 상승을 의미하는 화살표가 그려진 넥타이를 매고 다녀 눈길을 끌었고, 김쌍수 LG전자 부회장은 휴대전화 모양이 아로새겨진 넥타이를, 이중구 삼성테크윈 사장은 비행기 무늬 넥타이를 매고 다녔다. 모두 이 대표의 작품이다. 서울시장 선거 때 오세훈 후보가 매고 다녔던 초록색 넥타이도 이 대표가 만들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외교통상부 장관 시절 즐겨 매고 다닌 ‘독도 넥타이’도 이 대표의 작품이다. “우리 문화유산에 서려 있는, 태고의 선·색·면에 대한 아름다움을 디자인 개념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겁니다.” 반 총장이 유엔 행사 때 귀빈에게 증정할 의전용 선물도 이 대표가 제작하고 있다. “반 총장에게 이전에는 독립문, 독도 등이 새겨진 넥타이 문양을 했으나, 이제 유엔 사무총장이므로 유엔 회원국의 모든 전통을 표현하는 중립적인 문양을 새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홍익대 공예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간 이 대표는 원래 미국 원단업체에 근무하던 원단 디자이너였다. 1994년 귀국해 누브티스를 설립한 그는 이수성 전 총리와의 인연을 계기로 의전용 제품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평소 친분이 있던 이 전 총리로부터 국빈들에게 줄 선물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고 신라 화랑도 문안이 새겨진 넥타이를 만들었는데, 이때부터 여기저기서 주문이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지난 1월12일, 그동안 이 대표가 제작한 제품들이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한국 이미지 디딤돌상’ 시상식에서 전시됐다. 이 자리에서 반 총장의 영문 사인이 들어간 넥타이 등은 경매에 부쳐져, 수익금이 유엔 평화기금으로 기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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