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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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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주들의 제몫찾기 운동?

등록 2007-01-13 00:00 수정 2020-05-03 04:24

“보도로 여론 왜곡됐다” 재개발에 협조의사 밝혀…지주들이 개발이익 나눠줘야 한다고 주장하며 ‘진흙탕 싸움’ 예고

▣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숨죽이고 있던 포주들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은 2006년 11월24일치로 발행된 636호 표지 기사 ‘부동산 최후의 승자, 미아리 포주들’에서 “전국에 산재해 있는 성매매 집결지들을 재개발하면, 수조원의 개발 차익이 예상되고 이는 성매매 알선범인 건물주들과 포주들의 배를 채우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전국의 성매매 업주들이 모여 만든 한터전국연합의 강현준 사무국 대표는 “과 같은 악의적 보도로 여론이 왜곡돼 성매매 업주들의 정당한 요구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4년 성매매 여성들을 이끌고 ‘성매매 처벌법’ 반대 집회를 이끌어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성매매 업계’의 대변인이다.

지주의 대박, 가만 둘 순 없다?

1월4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성매매 업주들이 편 주장을 한마디로 줄이면 “성매매 집결지 재개발 사업에 적극 협조하고 앞으로 성매매 산업에서 손을 털겠다”는 것이다. 그들이 밝힌 개발 가능한 성매매 집결지 면적은 천호동 텍사스 1만2천 평, 청량리 588 1만3천 평, 미아리 텍사스 2만5천 평, 영등포역 앞 1만 평, 용산역 앞 1만3천 평 등 모두 7만3천 평이다.

그들이 “성매매 집결지 재개발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힌 배경은 뭘까. 답은 돈이다. 성매매 업주들은 대부분 건물을 직접 소유하고 있지 않은 세입자들이다. 그들은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되기 전에 2억원 안팎의 권리금을 내고 업소를 운영해왔다. 성매매 집결지가 재개발되면, 건물 주인들은 재개발 조합원 자격을 얻어 많게는 수십억원의 개발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업주들은 건물주들에게 보증금을 돌려받는 것 빼고는 별다른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없다. 강현준 대표는 “우리 말은 지주들이 대박을 냈으니까 개발 이익의 일부를 할애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솔직히 말해 우리가 수년 동안 일반 가게보다 2~3배 많은 월세를 낸 게 사실 아닙니까. 우리는 성매매 특별법 때문에 폭탄을 맞아 다 망하게 생겼는데, 이제까지 임대료 받아서 잘 살아온 지주들이 우리에 대한 배려를 좀 해야 한다, 그런 얘기죠.” 실제로 2005년 3월27일 성매매 여성 5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아리 텍사스 화재 사건이 터진 업소의 포주 고아무개씨는 연면적 58평짜리 허름한 4층 건물(그나마 4층은 불법 증축한 것이다)을 빌린 대가로 건물주에게 월세로 매달 800만원(보증금 5천만원)을 지급했다. 시세보다 서너 배 비싼 값이다.

업주들은 서울 지역 5개 성매매 집결지 업주 600곳 가운데 200곳의 주인들에게서 “재개발에 적극 협조하고 과도한 보상금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받아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서 공개했다. “협조할 테니, 우리 몫도 좀 챙겨달라”는 퍼포먼스인 셈이다.

개발 이익 환수하는 법률안 마련 중

성매매 집결지의 개발 이익 배분이 어떻게 결론 내려질지는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현행 법 체계에서 많게는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개발 이익에 대해 사회적으로 개입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개발이 진행되면 눈앞에 떨어진 거대한 떡고물을 놓고 땅 주인인 건물주들과 영업 이익을 보상하라는 포주들 사이에 진흙탕 싸움이 벌어질 게 불 보듯 뻔하다.

이를 멈출 수 있는 방법은 뭘까. 홍미영 열린우리당 의원은 건물주들이 재개발을 통해 얻는 이익의 일부를 환수해 성매매 피해 여성들을 위해 쓸 수 있도록 하는 법률안을 마련 중이다. 그는 “자치단체, 전문가 등과 협의해 관련 법안을 2월 임시국회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주들의 선전포고와 함께 성매매 집결지 개발이익을 둘러싼 싸움은 이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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