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은주 기자 flowerpig@hani.co.kr
“애정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꾸준히 돌봐주고 사랑을 표현해야 토라지지 않거든요. 조금만 소홀해도 ‘삐거덕’거리며 삐쳐요. 그런데 소홀하지 않아도 삐칠 때가 있어요. 그게 이 친구 매력이에요. 하하하!”

한 남자가 사랑에 빠졌다.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이상민(31) 간사는 몇 년째 성은 ‘자’요 이름은 ‘전거’라는 여인의 매력에 푹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단다.
“자전거는 단순한 운동이지만, 타다 보면 내가 자전거를 타고 있다는 사실을 잊을 때가 있습니다. 나는 가만히 있는데 내 주변은 빠르게 움직이고, 심장은 마구마구 고동쳐요.”
자전거를 사랑하다 못해 자신이 자전거인지, 자전거가 자신인지 구별이 안 되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이상민씨인지라 직장에서 집까지 10km 남짓한 먼 거리도 자전거를 타고 거뜬히 출퇴근한다. 이씨는 자전거보다 빠르고 ‘웰빙’한 교통수단이 없다고 자부한다. 출퇴근뿐만 아니라 외국으로 여행을 갈 때도 자전거와 함께 간다. 가장 인상에 남는 여행지는 대학교 3학년 여름에 갔던 샌프란시스코. 샌프란시스코는 평지가 거의 없고 길이 ‘오르락내리락’거려서 재미있다고 한다. 특히 오르락내리락할 때마다 시시각각 변하는 다채로운 바다 풍경은 샌프란시스코만이 가지는 아름다움이라고 이씨는 평한다.
이렇게 이상민씨와 자전거의 사랑은 로맨틱하지만 그들의 만남은 그렇게 로맨틱하지 않다. “재수를 할 때였어요. 자전거를 하도 자주 잃어버려서 자전거를 파는 아저씨께 ‘어떻게 하면 자전거를 안 잃어버리냐’고 물었죠. 그랬더니 비싼 자전거를 사라는 거예요. 그래서 이 친구를 만나게 됐어요. 한 2년 정도 약 200만원을 들여서 자전거 부품을 모아서 정성껏 조립했죠. 비싼 자전거가 뭐가 좋냐고요? 그건 타보지 않은 사람은 몰라요.”
타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그 기분은 바로 자전거와 상민씨 사이에 그 어떤 장애물도 없어지는 ‘혼연일체’가 되는 경지이다. 또 자전거를 타고 혼자 여행을 하다 보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장애물도 사라진다. 자전거를 타다 혼자 휴식을 취하고 있으면 먹음직스런 복숭아를 주는 과일가게 아주머니, 초코파이를 주는 꼬마, 삼겹살에 소주 한잔 걸치자고 하는 아저씨 등 세상의 인심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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