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르포 뒤 국회에서 연달아 터져나온 미국산 쇠고기 불법 반입 의혹…10월 말에 들여온 물량 중에서 뼛조각이 발견돼 수입 중단하는 사태까지
▣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우울한 예측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633호(11월7일)가 ‘특집’으로 다룬 작가 서해성씨의 미국 축산공장 르포를 본 독자들은 “도축장의 역한 냄새가 풍겨나오는 것 같다”며 공포감을 나타냈다. 은 이 기사에서 수입산 쇠고기의 유통 경로와 검역 과정에서 엿보이는 허점을 아울러 다뤘으며, 뒤이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에 집중적으로 매달려온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의 활동도 조명했다. 2003년 12월 미국 내 광우병 발생 뒤 중단됐다가 2년10개월 만인 10월30일 재개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놓고 안전성 논란이 불거지는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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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 기간 유통 쇠고기 1만8천t”
이즈음 국회 쪽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둘러싼 의혹이 잇따라 터져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김선미 열린우리당 의원은 수입 금지된 미국산 쇠고기 분말 831kg이 국내에 반입됐다는 관세청 자료를 제시했으며, 수입 금지 기간인 2003년 12월 이후에 국내에 유통된 미국산 쇠고기가 무려 1만8천t에 이른다는 자료를 내놓아 파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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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안전성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수입 재개된 물량이 검역 과정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농림부는 11월24일 국립수의과학원의 검역 결과 10월 말에 들여온 미국산 쇠고기 8.9t 중에서 뼛조각이 발견돼 해당 미국 작업장에 대해 수입을 중단하는 조처를 내렸다고 밝혔다.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과학적 사실’임이 확인된 셈이다.
한-미 사이에 합의된 수입위생 조건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는 ‘뼈 없는 살코기’만 들여올 수 있다. 뼛조각 자체가 수입 금지 물질이기 때문에 10월 말 수입된 물량은 전량 반송 처리되며, 미국 쪽 수출업자인 ‘크리스톤 팜스’에서 생산된 쇠고기는 앞으로 한국에 들어올 수 없게 된다. 만약 뼛조각이 두개골, 척추 등 특정위험물질(SRM)이라면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전면 금지되는데, 이번에 발견된 뼛조각이 SRM은 아니라고 농림부는 밝혔다. 수의사연대의 박상표 편집국장은 “광우병 의심물질인 ‘프리온’은 뇌나 척수의 신경조직에 많이 들어 있지만, 일본과 독일에선 말초신경 조직에서 발견된 적이 있다”며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역 과정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이번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해 특히 충격적인 대목은 수출 업체가 바로 크리스톤 팜스라는 사실이다. 크리스톤 팜스는 자연산과 프리미엄급(고급) 쇠고기를 생산하는 고급화 전략을 써온 업체로 잘 알려져 있다. 타이슨푸드나 카길 등 미국 내 다른 대형 패킹(도축 등 육가공) 업체들보다 1.5배 높은 값을 책정하고 있는 게 그 때문이라고 한다. 박상표 국장은 “한국에 대한 수출을 허가받은 미국 내 36개 작업장 가운데 품질에서 가장 자신감을 보인 데가 바로 크리스톤 팜스였다”며 “크리스톤 팜스의 쇠고기가 이 정도 수준이라면 나머지는 보나 마나”라고 말했다.
SRM 회수했다는 주장은 믿을 수 있나
그동안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의혹에 대해 정부 쪽은 불충분한 해명으로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수입 금지 기간 중 미국산 쇠고기가 국내에 광범위하게 유통됐다는 김선미 의원 쪽의 주장에 대해 농림부는 “시중에 유통 중인 SRM을 전량 회수해 반송 또는 폐기하도록 했다”면서도 “검역 완료된 살코기 등 SRM을 제외한 쇠고기는 안전성에 큰 우려가 없어 일본·대만 등 외국 사례를 참고해 시중 유통을 허용했다”고 밝혔다. SRM을 전량 회수했다는 해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2003년 12월 이후 미국산 쇠고기가 국내에 유통돼 학교급식 등에 쓰였다는 얘기가 된다. 더욱이 미국산 쇠고기 분말 파문 당시 “호주산을 미국산으로 잘못 기재한 관세청의 실수 탓”이라고 해명을 했던 정부의 태도에 비춰 SRM을 전량 회수했다는 주장도 의심받고 있다. 정부 말을 믿고 함부로 쇠고기를 사먹을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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