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정상을 향해 앞만 보고 올라가다 보면 산의 진짜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적당히 뒤돌아보고 옆을 살펴야 안 보이던 것들을 비로소 볼 수 있죠.”
기업은행 퇴계로지점 안윤식(48) 팀장은 어떤 산에 오르더라도 등산 코스와 그 배경 공간을 완벽하게 기억해내는 재주를 가졌다. 몇 년이 지난 등산 경험인데도 ‘어디에서 어떤 동물을 봤고, 어디에서는 어떻게 생긴 바위를 봤다’는 식으로 설명한다. 그는 이런 기억력이 ‘간절함’에서 온다고 말한다. “한 번을 가더라도 ‘이번이 마지막이구나’ 하는 마음이면 산의 구석구석이 보입니다.”
그는 지난 97년부터 4년 동안 일본 도쿄지점에서 근무하며 이런 습관을 갖게 됐다. 한국에서도 주말등산을 즐겼던 터라 일본 산을 섭렵해보겠다고 결심한 그는 주말마다 일본의 이름난 산들을 오르기 시작했다. “한 번 이상 오르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드니까 그렇게 간절할 수가 없더라고요.” 머릿속으로 기억하기 힘든 것은 글을 썼다. 등산하면서 사귄 일본인 친구의 기록습관을 옆에서 지켜본 덕분이기도 했다. 그 일본인 친구는 산에 오르다 개미가 먹이를 끌고 가는 모습을 보면 “개미가 기뻐하고 있다”는 글을 썼다고 한다. 그런 소박한 기록이 쌓여 그의 첫 번째 책인 이 발간될 수 있었다.
산은 한국과 일본의 경계도 허물었다. 자신을 ‘안씨’라고 소개하자마자 “이토 히로부미를 쏜 안중근과 같은 ‘안’씨가 아니냐”고 묻는 일본인 동료도 등산을 하는 과정에서 형제처럼 친해졌다. 안씨는 후지산을 내려오다 무릎을 다친 일본인을 업고 내려와 목숨을 구해준 경험도 있다. 그 일본인은 지금까지도 안씨를 평생의 은인으로 생각한다. 그렇게 사귄 10명 안팎의 일본 친구들은 그를 ‘안짱’이라 부른다.
귀국 뒤에도 산에 대한 기록을 계속한 그는 지난 10월 그의 두 번째 산행기록인 를 냈다. “고향이 소백산 기슭인 경북 영주여서 어려서부터 산을 그냥 삶의 공간으로 생각했다”는 그는 “곰을 자주 볼 수 있을 정도로 산이 깊고 관리가 잘돼 있는 일본 산의 모습이 부러울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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