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실 금품 제공 보도에 자체 조사 없이 부인으로 일관하는 국세청… 열린우리당도 언론에서 문제 삼지 않자 “조용히 넘어가자”는 분위기
▣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국세청은 부인, 열린우리당은 침묵.’
은 지난호(제628호)에서 ‘국세청, 국회에 검은돈 뿌렸다’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국세청의 반응은 ‘역시나’였다. 국세청은 홈페이지(www.nts.go.kr) 뉴스룸의 ‘그건 이렇습니다’를 통해 “국세청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의원 보좌진들을 상대로 조직적으로 로비를 하거나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없음을 알려드리니 보도에 착오 없으시기 바랍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자체 조사 결과 국세청 직원이 사적으로 국회 보좌진과 만나면서 공무원 행동강령 규정을 위반하는 등 만일 보도 내용 중 일부라도 사실로 확인될 경우 엄중 문책할 것”이라고 덧붙인 뒤 사실과 다른 보도로 국세청의 명예를 훼손한 부분이 있을 경우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에 ‘경고’했다. 자체 조사를 하겠다지만 전제는 ‘그런 사실 없음’이다.
보도 뒤 여러 경로로 취재 기자 뒷조사
조사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도 의문이다. 원정희 국세청 정책홍보담당관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서 100명이 넘는 국세청 담당국의 과장, 사무관 등이 국회를 찾아갔는데 ‘당신이 공직자 윤리강령을 어겼냐?’고 100, 200명을 다 불러서 하나하나 조사할 순 없다”며 되레 에 돈을 돌린 국세청 직원의 명단을 달라고 했다. 자체 진상 조사 의지가 그리 크지 않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국세청은 보도의 진상을 조사하기보다 오히려 여러 경로를 통해 취재한 기자를 뒷조사하기 더 바빴다.
원정희 정책홍보담당관은 “(신임 청장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세청에서 조직적으로 나서 잘 봐달라고 한 사람은 하나도 없다. 돈봉투를 뿌린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보도 사실의 전면 부정인 셈이다. 하지만 은 지난호의 기사가 실제 돈을 받은 보좌진과 그 주위의 다른 보좌진 등을 통해 확인한 것으로 사실과 전혀 다르지 않음을 분명히 밝혀둔다.
열린우리당은 보도 그 뒤에 조용하다. 보도 직후 원내기획실 차원에서 국회 재경위 보좌진들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를 벌였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도 당 쪽에 사실확인 요청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당 재정경제위원회 의원실을 대상으로 알아봤는데, (국세청에서 뿌린 돈이) 10만원이라고 하는 보좌진도 30만~50만원이라고 하는 보좌진도 있었다“며 “다들 말은 엇갈리는데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은 맞다. 다만 어떤 경로로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받았는지 수사기관이 아닌 이상 알아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언론에서 크게 문제 삼지 않자, “처음엔 바짝 긴장했지만 그냥 가만히 놔뒀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질수록 당의 이미지에 좋을 게 없기 때문에 조용히 넘어가는 게 상책이라는 분위기가 압도적이었다. 국세청과 열린우리당의 이해가 일치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역시 최고의 권력기관이구나”
두 기관이 이번 사태를 어떻게 매듭지을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반성이나 사과를 한 곳은 없다. 은 추가로 확인되는 내용들이 있으면 계속 보도할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한 보좌관은 “조용히 넘어가는 것을 보고 역시 대한민국 최고의 권력기관인 국세청이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좌관은 보좌진들에게 경종을 울린 데 보도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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