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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 “책 읽어라” 잔소리의 업그레이드

등록 2006-07-13 00:00 수정 2020-05-03 04:24

▣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아이를 기르는 데에 정답이 있을까. 의 저자 김소희(39)씨는 질문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다. 기르기, 키우기, 교육이란 말은 그 자체로만 보면 별 문제 없지만, 아이를 대상화하고 어른들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것 같은 어감이 배어 있다고 한다. 대신 김씨는 “엄마·아빠와 아이가 함께 자라는 것”이라고 말한다. 적어도 책읽기에 관해서는.

서울 성동구에서 어린이 도서관 ‘책읽는 엄마, 책읽는 아이’를 6년 동안 운영해온 그는, 자신의 경험과 도서관 엄마들의 경험을 에 담았다. 그렇다고 어떤 책이 좋고, 이렇게 읽어줘야 아이들에게 좋다를 가르치지는 않는다. 처음엔 아이들을 풀어놓고 잠시 ‘쉬러’ 왔다가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기 시작하고 나중엔 영상 그림책 만들기에 나서게된 엄마들의 이야기처럼, ‘노하우’가 아니라 책을 읽으면서 함께 자란 어른과 아이들에 관해 썼다.

“엄마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책 읽어라’ ‘공부 좀 해라’예요. 그렇지만 바쁜 엄마들은 책읽기를 무겁게 여기죠. 독서가 숙제였거나 취미였던 탓이에요. 뭔가를 읽지 않는 엄마를 보면서 아이들은 어른이 되면 책을 읽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그동안 책읽기와 멀어졌다면 어린이책부터 시작해도 좋아요. 요즘 어린이책은 ‘인생의 축소판’이니까요.”

김씨는 어린이 책읽기에도 ‘업데이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금 부모 세대들이 어릴 때 읽었던 ‘권장도서’가 이제는 더 이상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마크 트웨인의 은, 백인우월주의로 가득 찼고 주인공들이 겪는 모험에 22건의 살인사건이 등장한다는 이유로 미국의 도서관에서 ‘독극물’ 취급을 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김씨는 딸 동아(10)와 여러 해 동안 책을 읽으면서 시행착오가 많았고 지금도 진행 중이라고 했다.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 뒤에 꼭 확인을 하고 싶어해요. 자신의 수고 혹은 시혜 행위의 성과를 바로 보고 싶어하지요. 그럴 땐 그냥 자기 느낌만 말하세요. 책을 읽고 나서 언제나 시험이 기다린다면 책읽기가 즐거울 수 있을까요?” 정답은 오답을 지워가다 보면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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