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울긋불긋 화려한 응원단 속에서도 ‘이순신’과 ‘어우동’은 단연 돋보였다. 한국-토고, 한국-프랑스, 한국-스위스 매 경기마다 조선의 ‘장군’과 ‘기녀’는 어김없이 관중석에 등장해 꽹과리와 춤사위로 선수들에게 기를 불어넣었다.
‘이순신 장군 복장’으로 독일 현지에서 응원전을 펼쳤던 권태균(55) KJ클럽(코리아·재팬클럽) 한국지부 회장은 아직도 월드컵 축구의 흥분에 휩싸여 있는 듯 들뜬 목소리였다. 한-일 공동응원단인 KJ클럽은 축구를 통해 한-일 친선을 두텁게 한다는 목적으로 1998년 결성돼 현재 1천 명 안팎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다.
초창기부터 한국지부 회장을 맡고 있는 권씨는 “한-일 관계가 정치적으로 잘못되고 무거운 부분이 있는데, 스포츠로 그 짐을 덜자는 뜻으로 (모임을) 이끌고 있다”며 “일본 쪽 회원 17명이 (한국-스위스전을 보려고) 하노버까지 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번 월드컵 대회에 한국지부에선 권 회장을 비롯해 30명의 회원이 독일 현지로 날아갔다. ‘이순신 장군’ 옆에서 같이 응원을 한 ‘어우동’ 차림의 여인은 그의 부인 이연희(54)씨였다. ‘이순신’과 ‘어우동’은 텔레비전 화면에 자주 등장해 즐거운 얘깃거리를 남겼다.
“(KJ클럽 한국지부) 회장을 맡으면서 (부인에게) 같이 축구 보러 가자고 했더니 ‘여자가 왜 그런 델 가냐’고 하더니 지금은 먼저 준비하고 나섭니다, 허허. 외국의 명문팀들이 올 때도 자주 구경갑니다. 비용은 꽤 들지만, 그걸로 즐겁게 사는 거지요.” 서울 양재동 청계산 자락에서 대형 음식점을 경영하고 있는 권 회장 부부는 이번 월드컵을 맞아 큰맘 먹고 직원들에게 모든 걸 맡긴 뒤 독일로 훌훌 떠났단다.
대회 기간 중 권 회장은 뜻밖의 사고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토고와 경기를 벌인 6월13일 응원 도중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갔다. “3시간 뒤 정신이 돌아올 때쯤 독일인 의사가 그러데요. ‘토고 원, 코리아 투’라고. 좋았죠.” 한국-토고 경기는 제대로 보지 못한 채 2 대 1로 이긴 사실만 그렇게 알았다며 웃었다. 이후 응원전에서 북 대신 (부담이 덜한) 꽹과리를 잡은 것도 이 일 때문이었다. 어릴 적부터 공차기를 좋아했는데, 골수염으로 다리가 불편해진 뒤 경기를 직접 즐길 수 없게 된 권 회장에게 ‘응원’은 축구 사랑을 이어가는 매개체다. 벌써 2010년 월드컵을 고대하고 있는 그는 중국의 축구팬들까지 끌어들여 KJ클럽을 KCJ로 넓혀갈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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