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윤형 기자/ 한겨레 사회부 charisma@hani.co.kr
이은주(23·강남대 행정학과4)씨는 낮엔 선생님, 밤엔 대학생이 된다. 그는 지난 겨울 애써 짜둔 봄학기 시간표를 모두 야간으로 돌렸다. 이씨는 “이번에 못하면 평생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일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이씨는 매일 아침 9시30분이면 경기도 용인시 구갈8단지 ‘IT플라자’로 가 주변 단지에서 몰려든 주민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친다. IT플라자에서 임대아파트인 8단지와 다른 단지 주민들은 함께 섞여 임대와 분양의 벽을 허문다. 주민은 누구든 IT플라자에서 컴퓨터 기초 과정을 무료로 배울 수 있다. 수업은 인터넷 사용법, 한글 문서, 엑셀 문서 작성 등 기초 프로그램 위주로 짜여졌다.
이씨의 하루 일과는 수업의 연속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수업을 진행한다. 처음에는 “컴퓨터를 어떻게 켜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있어” 수업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사람들마다 수준이 많이 달라서, 앞으로는 수준별로 반을 나눠 수업을 진행하려고요.” 수업은 두 시간씩 2번 진행하는데, 4월부터는 1시간30분씩 3번 진행할 예정이다. 수업이 끝나면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학교에 등교해 오후 5시부터 밤 10시까지 수업을 듣는다. 자그마치 18학점, 시간표도 빡빡하다.
“예전에 행정학 수업 때 발표수업을 진행했거든요. 그때 파워포인트를 돌려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을 유심히 보셨나 봐요.” 봄학기가 시작되자 교수는 이씨를 IT플라자에 추천했다. 이씨는 곧바로 “하겠다”고 답했다.
3학년 들어 전과를 했지만 이씨의 원래 전공은 사회복지학이다. “어릴 때부터 자원봉사 다니는 것을 좋아했어요. 어르신들을 가르친다는 게 색다를 것 같기도 했고요.” 하루아침에 주간에서 야간 대학생으로 변하긴 했지만, 이씨는 “보람 있는 일을 하다 보니 힘든 것도 별로 모르겠다”며 웃는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남들을 가르치는 강사 일을 하고 싶어요. 취업이 어려우니까 공무원 시험을 보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대단한 일도 아닌데 자꾸 물어보시니까 쑥스럽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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