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건축평론가 이용재(48)씨. 석 달만 버티면 개인택시 면허를 딸 수 있다며 흐뭇해하고 있다.
“면허 따기 전에 마지막으로 건축계에 돌아가야 돼요. 동덕여대 기숙사 건축에 감리를 맡았거든요. 1년 뒤 다시 복귀해서 세 달만 더 일하면 끝입니다.”
그가 택시업계에 뛰어든 건 역설적이지만 글쓰기에 대한 욕심 때문이었다. 건축보다 건축평론을 하고 싶은데, 글로 먹고사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래서 안정적인 기반으로 개인택시를 하기로 했다. 개인택시 면허를 따려면 최소 4년 동안 회사택시를 몰아야 한다.
하지만 택시 운전은 만만치 않았다. 새벽 5시부터 오후 5시까지 서울을 누벼서 얻는 하루벌이가 10만원이다. 그나마 이마저 사납금으로 죄다 빠져나간다. 하루 13만~15만원을 벌어야 용돈이라도 남는데, 건축평론가의 설익은 운전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기 때문이다.
“점심 먹을 시간이 없어요. 택시를 운전하면서 1시간 동안 밥 먹고 있으면, 손해가 많이 나거든요. 그나마 한 달에 4~5곳에 건축평론을 기고해 받는 원고료로 생활비를 벌충하고 있죠.”
그래서 택시 운전으로 돈 벌기는 이미 포기했다. 대신 회사택시 의무연한을 불평 없이 채우기로 목표를 정했다. 일단 개인택시만 장만하면 먹고사는 일은 어떻게든 해결될 터이니, 나머지 시간을 건축에 대한 열정으로 채우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사업 아이템도 있어요. 손님을 태우고 택시로 서울 건축기행을 다니는 거예요. 어때요, 택시로 떠나는 건축기행!”
2002년 그가 한 택시회사에서 핸들을 잡았을 때, 건축계에선 그가 이렇게 진득하게 버틸 줄 몰랐다. 큰 건만 수주하면 대박이 터지는 건축판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택시에서 듣는 서민들의 생생한 삶의 숨소리는 글쓰기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치열한 삶의 현장으로 내려간 건축평론가. 그는 오늘도 새벽에 일어나 자본에 휘둘리는 건축계를 비판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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