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카페에는 사람이 모인다. 커피와 차를 마시고 술잔이 오간다. 대화를 나눈다. 때론 세상에 대한 울분일 수도 있고, 때론 주체하지 못할 기쁨일 수도 있다. 대개 얘기는 허공으로 사라진다.
그런데 서울 마포에서 카페 샐리를 운영했던 박일순(48)씨는 달랐다. 얘기와 그 주인공의 살가운 냄새를 오래 기억했고 마침내 책으로 엮어냈다. <카페 샐리 숨은 이야기>라는 이름으로.
박씨는 8년 가까이 카페를 하면서 큰돈을 벌지는 못했다. 대신 “사람을 벌었다”고 했다. 다른 사람을 통해 대리 경험한 다양한 삶에서 교훈을 얻었고 혼자 간직하기에 아깝다는 생각에서 책을 냈다. 그런데 그가 벌어들인 사람의 폭이 정말 넓어 놀랍다.
남은 술을 맡기지 않고 집에 가져가겠다며 싸달라고 했던 노무현은 대통령이 됐고, ‘킹메이커’가 될 것이라는 점괘를 들고 와 아이처럼 좋아하던 김원기는 현재 국회의장이다. ‘통추’(국민통합추진회의) 인사들이 즐겨가던 식당과 가까운 덕분이었는데 이후 처음 온 이들이 단골이 됐다. 박씨가 엄선한 35명에는 명사들도 있지만, 장애를 가진 자녀를 기쁘게 키우고 있는 주부, 자살의 유혹을 이겨낸 택시기사, 그리고 박씨 자신의 남편까지 ‘진짜’ 보통 사람들의 희망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박씨가 샐리 이야기를 구상한 시기는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를 읽고 난 뒤였다. 쉽고 담백하게 쓴 글이 큰 감동을 줬기 때문이다. ‘내가 긁적거려온 희망의 기록들도 <…101가지 이야기>처럼 엮어볼까?’ 본격적으로 맘을 다지고 시작한 것은, 대학생 아들의 권유를 받고 난 뒤였다. 성적표를 받아온 아들이 “엄마 글 잘 쓰나봐. 엄마가 도와준 리포트 성적이 장난이 아닌데?” 아들은 장학금을 받았고, 자신감을 얻은 박씨는 컴퓨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책을 쓰면서 다시 깨달았어요. 모든 사람들의 꿈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쓰러지더라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사람들은 그 꿈을 실현하더라고요.”
그 사람들 중에는 박씨도 있는 것 같다. 그는 벌써 ‘못다 한 이야기’라는 제목의 속편을 구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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