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절차 특례법안’과 ‘협의이혼 절차법’ 나란히 국회 제출… 584호‘이혼의 매너’ 보도 뒤 논의 봇물… 4월부터 병합심리
▣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성급한 이혼을 막는다는 취지로 지난해부터 서울가정법원 등에서 마련해온 ‘이혼 숙려기간 및 상담 의무화’에 대해 여성계는 그동안 ‘이혼 당사자의 결정권 침해’라며 반대해왔다. 하지만 서울가정법원은 지난 1월 시범 실시 중인 협의이혼의 숙려기간을 늘이고(시범적으로 1주에서 3주), 상담을 받아도 숙려기간(1주)을 거쳐야만 협의이혼 의사를 확인받을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숙려제도 도입 뒤 이혼 취하율이 높아졌다는 것이 근거인데, 숙려기간을 면제받기 위한 수단으로 상담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있다.
숙려기간 3개월로 정한 ‘이혼절차 특례법’
3주간의 시범 실시 말고 아예 3개월의 숙려기간을 법제화하는 ‘이혼절차에 관한 특례법(안)’도 지난 2월 국회에 제출됐다. 특례법은 현재의 협의이혼 절차가 너무 간단해 경솔한 이혼을 막을 수 없으므로 3개월의 숙려기간을 갖고 그동안 유료 상담을 받는다는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계는 당사자의 힘든 결정을 경솔한 것으로 치부하고 ‘이혼 방지’의 막연한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주장해왔다. 유료 상담을 의무화하고 상담기관을 법원이 지정하는 것은 당사자에게 경제적 부담을 강요할 뿐 아니라 법원의 행정권한 남용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한겨레21>은 지난해 11월 이혼 숙려제도를 둘러싼 논란과 이혼 전후의 제도적 지원을 강조한 ‘이혼의 매너’를 표지이야기로 다뤘다(584호 2005년 11월15일). 이혼이 ‘현실’이라면, 이혼 당사자들이 자녀에 대한 친권과 양육권·양육비 문제를 포함해 재산 분할과 위자료 등에 대한 권리와 의무를 제대로 알고, 이를 토대로 충분히 협의한 뒤 결정해야만 이혼 뒤 충격을 줄일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여성계는 지난 3월21일 오랜 논의 끝에 ‘협의이혼 절차와 관련한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협의이혼 절차법, 국회의원 유승희·한국여성단체연합·한국여성의전화연합·한국여성민우회)을 내놓으며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표 발의자인 유승희 열린우리당 의원은 “협의이혼 전 조정·교육 등의 지원 절차를 제공해 당사자들의 실질적인 선택권을 보장하고, 이혼 뒤 발생하는 제반 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혔다. 현재 협의이혼 의사가 있는 이들이 법원이나 국가기관으로부터 이혼과 관련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지 못하거나 지원이 매우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법안이다.
협의이혼 절차법에 따르면, 법원은 협의이혼을 하려는 이들을 위한 지원 절차와 당사자의 선택권을 자세히 설명해야 하며, 당사자들은 이런 절차를 거칠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지원 절차에 포함된 ‘조정’이란 이혼 뒤의 생활 등 심리적·정서적·경제적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부부를 동시에 또는 순차로 면담해 친권·양육·재산분할·위자료 등에 관해 당사자의 협의 여부를 확인한 뒤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동원해 필요할 경우 협의사항의 변경을 권고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당사자의 자녀와 부모 등 이해관계인을 면담할 수도 있다. ‘교육’이란 법원이나 법원의 위임을 받은 교육기관에서 각종 자료와 강의를 통해 필요한 내용을 알려주는 것을 뜻한다. 당사자의 자녀들에게도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 물론 원치 않으면 이런 조정과 교육을 선택하지 않아도 되고, 두 당사자 가운데 한쪽만이 원해도 지원 절차 전부나 일부를 거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드는 비용은 무료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혼 숙려기간 및 상담을 ‘의무’가 아니라 ‘선택’으로 하고, 원한다면 상담은 ‘무료’로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 계류돼 있는 ‘이혼절차에 관한 특례법’과의 큰 차이다.
‘협의이혼 절차법’에선 숙려가 선택
협의이혼 절차법은 또 ‘이혼 절차 기간’ 동안 법원은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관계인의 감호와 양육을 위한 처분 등을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폭력 문제로 헤어지는 부부의 경우 피해자를 보호하고, 당장 이혼 절차를 밟는 과정 중 생활비와 양육비, 주거권에서 어느 일방이나 자녀가 고통을 당하지 않도록 조치해주는 것이다.
이혼 절차에 관한 이 두 법안은 4월 임시국회에서 병합심리에 들어간다. 논의 과정에서 한 법안을 선택하거나 두 법안의 내용을 절충할 수도 있으나, ‘이혼을 가급적 하지 않기 위한’ 법안과 ‘이혼을 하려면 제대로 하기 위한’ 법안은 취지부터 다르므로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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