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소설가 공지영(43)씨가 방송 진행자로 ‘변신’했다. 3월13일부터 매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공지영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월∼토 오후 4:05∼5:00 98.1㎒, 연출 정혜윤)를 맡는다. 1988년 단편 ‘동트는 새벽’으로 등단한 이래 소설가의 한길을 걸어온 공씨로서는 첫 ‘외도’인 셈이다. 이번 변신은 공씨에게 세 가지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한다. 첫째로 돈 받고 취재하는 거, 둘째로는 고3이 된 딸내미에게 엄마가 나라 밖으로 취재 안 나가고 각별히 옆에 있는다고 생색내는 거, 마지막으로는 고교 3년, 대학 1년 동안 했던 방송반 아나운서 경험을 살려보는 것이다.
“(글 밑천을 얻기 위해) 내 돈 써서 여행 가고 사람 만나 밥 사주고 얘기를 들었다면, 스튜디오에서는 한 인물을 집중적으로 인터뷰하면서 그의 경험과 정서를 마치 보고 겪은 것처럼 생생하게 전달받을 수 있다. 그게 인터뷰 방송의 매력인 거 같다.” 예를 들어 난민 사진가를 통해서는 르완다의 참상을 오감으로 느낄수 있단다. “‘밤새워 지프차를 타고 달리다 보면 동틀 무렵 어디선가 포르말린 냄새가 훅 끼쳐온다. 죽음의 냄새다. 밤새 늘어난 주검들 위로 하얗게 덮힌 포르말린은 죽음의 얼굴이다.’ 이런 설명은 정말 내게 큰 영감을 준다.”
“초청된 사람이 무슨 소리를 하건 깍듯하게 대하고 기계적으로 중립적이며 듣기 좋은 얘기만 늘어놓지는 않겠다”는 게 공씨의 ‘진행의 변’이다. 실제 방송에서 공씨는 “아, 그러십니까” 대신 “어머어머, 왜요? 정말요?” 화법을 쓴다. 첫 회에 등장하는 김근태 열린우리당 최고위원에게 “왜 꼭 당신이 대통령이 돼야 하나?”는 질문을 직격으로 던진다. 스크린쿼터 사수 투쟁의 선봉에 선 영화배우 안성기씨에게서는 엉뚱하게도 “아내가 아닌 첫사랑 그녀”의 얘기를 끌어낸다. “청취자에게는 안 보이겠지만 지금 안성기씨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드네요”라는 애드리브도 ‘쳐’줬다. 최근 덕성여대 총장이 된 지은희 전 여성부 장관과는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박힌 ‘남성동맹’에 대해 한바탕 성토도 한다. 기본 대본은 있지만 상당수는 공씨 스스로 준비해서 말한다. 인간에 대한 탐구는 소설가 공지영이 줄곧 붙잡아온 ‘화두’다. 소설가와 라디오의 행복한 만남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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