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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운양] 새만금은 나의 신앙

등록 2006-03-18 00:00 수정 2020-05-03 04:24

▣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지금은 사순절 기간이다. 사순절은 기독교인들이 예수의 고난을 되새기는 경건한 시간이다. 감리교신대학교 신학과의 늦깎이 대학생 박운양(37)씨는 올해 더욱 특별한 사순절을 보내고 있다. 그는 3월6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새만금 개발을 반대하는 1인시위를 했다. 매일 저녁 7시 감신대 소예배실에서 새만금을 살리기 위한 사순절 특별기도회도 열었다. 13일부터 서울에서 새만금까지 도보 시위도 할 작정이다. 그의 사순절은 예수와 새만금의 고난으로 물들었다.

<한겨레> 지국의 ‘배달소년’부터 야학 교사, 교회 전도사까지 다양한 길을 걸어온 박씨. 본격적으로 신학을 공부할 결심을 하고 대학생이 된 뒤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환경문제였다. 그것은 기독교의 사랑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었고, 노동·빈곤·환경 등 사회의 모든 문제가 용해돼 있는 바다였다. 그의 눈에 새만금이 들어왔다. 지난 2월에 기독교 단체들과 새만금을 방문하면서, 생명에 대한 폭력에 분을 참을 수 없었다.

“노무현 정부가 정치적 의미는 있을지 몰라도 환경에서는 해방 이후 가장 독재적인 정권입니다.” 그는 참여정부 집권 이후 전 국토에 ‘개발 귀신’이 돌아다니는 현실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래서 1인시위 장소는 청와대 앞이 아니라 국회의사당 앞이다. 국회가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새만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의도에서 새만금까지 걸어서 갈 계획은 1인시위로 쌓인 ‘내공’에 힘입은 것이다. 숙식은 감신대 출신 목사님들이 있는 교회에서 해결할 예정이다. 싸이월드 홈페이지(http://club.cyworld.com/savesaemangum)와 <한겨레> 광고를 통해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 봄밤은 차갑고 봄바람은 따가울 것이다. 그러나 그의 홈페이지에 남긴 딸 애린양의 글을 보면 힘이 부쩍 날 듯도 하다.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최선을 다하는 삶이란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아. 아빠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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