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윤형 기자charisma@hani.co.kr
송재일(36)씨는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와 “부탁을 하나 들어줄 수 있냐”고 물었다. 그의 형과 형수는 2005년 4월16일 터진 ‘오산 사건’(<한겨레21> 594호 특집 기사 ‘강제철거 야만의 시대를 끝내자’ 참조)으로 경비용역업체 직원 이아무개(23)씨가 숨질 때 망루에 있었다. 그의 형은 상해치사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고, 형수는 징역 3년의 실형을 받고 영등포구치소에 갇혀 있다. 기자의 눈에 그와 그의 가족은 대한주택공사의 비인도적 철거 정책의 ‘피해자’로 보였지만, 그의 생각은 다른 것 같았다. 송씨는 “이유야 어찌됐든 사람을 죽게 한 것은 무엇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라며 “죽은 이씨의 가족에게 사죄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그동안 합의 문제로 그쪽 부모님들을 7~8번 만났거든요. 그쪽 아버님이 일흔이 넘으셨어요. 죽은 이씨는 귀여움을 독차지하면서 자란 늦둥이였더라고요. 만날 때마다 부끄러운 마음에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송씨는 “가족이 저지른 일이지만 그동안 죄책감에 정말 힘들었다”고 말했다. “저도 조카들이 있는데, 가끔 오산 얘기가 나오면 가슴이 메이고 울화가 치밀거든요. 죽은 이씨 부모님의 마음은 오죽하겠습니까.” 그는 “조카들이 울며 집에 돌아와서 애들이 ‘엄마 아빠를 살인자라고 부른다’고 할 때 참을 수 없는 아픔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더듬거리며 말을 이었다. “제가 대신해서 아들이 되어드릴 수 있다면 그렇게라도 하고 싶습니다.”
송씨는 얼마 전 이씨의 부모와 보상 합의를 끝냈다. 그는 “보상을 끝내고 나니, 그쪽 부모님들에게 정식으로 사과할 기회가 없었다는 생각이 났다”고 말했다. 재판장에서 우연히 마주칠 기회는 많았지만, 미안한 마음에 이씨의 부모님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다. 그는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노력하면서 살 것”이라며 “미안하다” “죄송하다” “드릴 말씀이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상처를 준 사람과 상처를 받은 사람은 그렇게 서로를 다독이고 있는데, 이 모든 비극의 씨앗을 뿌린 대한주택공사는 여전히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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