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글·사진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그의 얼굴은 평안했다. 국가의 광기 어린 핍박이 도리어 그에게 평안을 준 것 같다.
김현호(46)씨. 그는 부산에서 기독교 서점을 운영한다. 서점 이름도 그의 얼굴처럼 ‘기쁨의 집’이다. 기쁨의 집은 여느 서점과 다르다. 사람들은 서점을 중심으로 소모임을 만들고 흩어져 참 기독교 정신을 고민한다.
“단골 손님 중심으로 독서클럽 5~6개가 움직여요. 서로 맞는 사람들끼리 소모임을 만듭니다. 사람들이 독서클럽을 만드는 걸 도와주고, 서점 한쪽에는 독서 카페를 두고 모일 장소를 마련해줍니다.”
매년 여름에 떠나는 독서캠프는 벌써 8번째다. 1994년 서점을 맡은 이래 꾸준하다. 지난해엔 전남 구례로 60여 명이 다녀왔다. 기독교 문화 유적을 답사하고, ‘참 기독교 정신’에 대해 고민한다. 프로그램은 가령 이렇다. 지난해 전남 구례에 갔을 때, 일제강점기 당시 신사참배를 거부한 양용희 목사 묘비를 찾아갔고, 대한제국 때 선교사들을 감싸안았던 비기독교인 매천 황현 선생의 생가를 둘러봤고, 소설가 공지영과 함께 사형제 폐지 토론을 벌였다. 하나님과 나의 관계와 더불어 나와 이웃의 관계도 중시하는 프로그램이다.
사실 그의 이런 서점 운영에는 어릴 적 아픈 사연이 배어 있다. 그는 국기에 대한 경례(맹세) 거부자다. 1972년 전남 광양 진월중앙초등학교에서 국기 경례를 거부했다가 고초를 겪었고, 결국 중학교에서도 경례 강요에 못 이겨 자퇴했다. 그에게 국기 경례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비춰볼 때 온당치 않은 행위였으며, 개인적으로도 양심에 반하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당시 기독교 주류 교단들은 이런 박정희 정권의 막가파식 행보를 제지하지 않았다. 이 사이에 김씨가 속한, 국기 경례를 거부하는 재건파 교단 교인들은 많은 핍박을 당했다.
“덕분에 타지에서 고학을 해야 했고, 홀로 서는 법을 배웠지요. 하지만 시야가 넓어졌어요. 서점에서 아르바이트 생활을 하면서 보수적인 사람뿐만 아니라 진보적인 기독교인들과도 교류하게 됐고…. 하나님께서 치유를 잘해주신 거죠.”
‘하나님 사랑’과 더불어 ‘사람 사랑’도 중요하다는 신앙은 그래서 체득됐다. 그는 기독교 사립도서관을 만들고 싶어한다. 예수원과 도서관 개념이 합쳐진, 책 읽으면서 명상하는 공간을 몇몇 지인과 꿈꾸고 있다. “나이 50이 되면 이제 사람을 키워야 하지 않겠어요?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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